경선연기론 늪에 빠진 여당…지지모임 가세 세싸움 양상

중앙일보

입력 2021.06.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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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을 중심으로 경선 일정을 늦추자는 입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원칙대로 하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붙었다. 계파 대리전은 물론 각종 지지 모임까지 가세하면서 총력전 양상이다.

이재명 지지 교수 160명 “연기 반대”
당원 321명·지방의원 24명도 성명
이낙연계 윤영찬 “토론 봉쇄 유감”
정세균 “2개월 늦춰 노마스크 경선”

이 지사의 원내 지지모임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 고문인 5선 안민석 의원은 16일 “경선 연기가 경선 흥행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대선 승리를 담보하는 조건도 아니다”(페이스북)며 공개 반대 입장을 냈다. 영·호남 지역 교수 등 160명이 이름을 올린 경선 연기 반대 입장문도 이날 국회에서 발표됐다. “정치 일정 준수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란 내용이다. 민주당 광주·전남 당원 321명과 민주당 대구 지역 지방의원 24명도 이날 같은 취지의 성명을 냈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이낙연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특히 이 지사가 전날 경선 연기론자들을 “가짜 약장수”라고 표현한 데 대한 불쾌감이 터져 나왔다. 이날 윤영찬 의원은 “의원들의 건강한 토론 자체조차 봉쇄하겠다는 폐쇄적 인식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갈래다.

① ‘노 마스크’ 경선?=민주당의 경선 일정은 당헌에 따라 9월 초에 종료된다. 하지만 경선 연기론자들은 흥행을 위해 일정을 2개월 정도 늦추자고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면 경선도 활기차게, 평소의 모습으로 할 수 있다”(7일 정 전 총리)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 측에선 “6·11 국민의힘 대표 선거는 코로나19 집단면역이 이뤄진 상태에서 치러졌냐”(15일 조정식 의원)고 반박한다. 또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집단면역 형성은 11월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9~11월 내내 노 마스크 경선을 치르는 건 힘들 거라는 점도 든다.

② 국민의힘과 동시 실시?=11월로 잡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과 시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9월에 후보를 먼저 뽑아놓고 국민의힘 경선을 손가락 빨고 지켜만 볼 건가”(정 전 총리 측 초선 의원)라는 논리다.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될 때 경선을 해야 한다”(이광재 의원)는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선을 늦추면 국민의힘 컨벤션 효과를 일부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선을 늦춰 윤석열 바람을 잡겠다는 건 웃기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③ 당헌 해석 논쟁=민주당의 경선 일정을 규정한 당헌 88조 2항(‘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연기 반대론자들은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정파적·정략적 논란만 하는 것은 자멸의 길”(정성호 의원)이라고 주장한다. 연기론자들은 “필요하면 당무위원회 회의로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다”(정 전 총리)고 반박한다.

경선 일정과 관련해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주내에 지도부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 주변에선 “현실적으로 주자들 간 합의가 없는데 지도부가 룰을 뜯어고치는 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준영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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