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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이름 두고 갈등하던 보령-태안, 순환버스로 '상생 출발'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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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8시 충남 태안군 고남면 안면도농협 고남지점 앞. 가세로 태안군수와 박용성 태안군의원, 마을 주민 등 10여 명이 중형버스에 탑승했다. 고남면을 출발한 순환버스는 안면도 최남단인 영목항과 원산안면대교를 지나 8시20분쯤 종점인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선촌항에 도착했다.

15일 충남 보령 원산도-태안 안면도 구간 첫 운행을 시작한 순환버스가 원산도 선촌항에 도착한 뒤 보령과 태안지역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15일 충남 보령 원산도-태안 안면도 구간 첫 운행을 시작한 순환버스가 원산도 선촌항에 도착한 뒤 보령과 태안지역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선촌항에는 김동일 보령시장과 원산도 주민들이 태안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령과 태안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첫 대중교통 운행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원산도 주민들은 ‘우리 원산도에 시내버스가 들어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원산도에 대중교통 버스가 들어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15일 태안 안면도-보령 원산도 첫 운행

'원산도에도 시내버스 들어옵니다' 환영 플래카드 

가세로 군수 일행을 맞은 김동일 시장은 꽃다발을 전달하고 “잘 오셨다”고 환영했다. 가 군수는 “고맙다. 앞으로 보령과 태안이 상생 협력해서 신 해양도시를 건설해나가자”고 화답했다.

이날 첫 운행을 시작한 순환버스는 11월 25일로 예정된 국토 77호선 보령 대천항~태안 안면도 구간(총연장 14㎞) 완전 개통을 앞두고 보령시와 태안군이 지난달 12일 체결한 ‘상생 협력 1호 사업’이다.

15일 오전 충남 태안군 고남면에서 원산도 선촌항으로 가는 순환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15일 오전 충남 태안군 고남면에서 원산도 선촌항으로 가는 순환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순환 버스는 2개 구간에서 하루 4차례 왕복 운행한다. 안면도농협 고남지점을 출발해 원산도 선촌항을 오가는 구간(공공형버스)은 오전 8시, 9시55분, 오후 1시50분 각각 출발한다. 태안 안면읍 승언리터미널을 출발해 원산도 선촌항을 운행하는 구간(농어촌버스)은 오후 4시40분 한 차례 떠난다. 버스 요금은 1600원이다.

하루 4차례 왕복 운행…버스 요금은 1600원

태안군과 보령시는 순환버스 운행이 지역 주민 교통편의는 물론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령과 태안의 상생 협력 체결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9년 12월 안면도와 원산도를 연결하는 해상교량(1.75㎞) 개통을 앞두고 두 시·군은 다리 명칭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15일 오전 충남 태안군 고남면에서 원산도 선촌항으로 가는 순환버스에 탑승한 가세로 태안군수(왼쪽)과 주민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태안군]

15일 오전 충남 태안군 고남면에서 원산도 선촌항으로 가는 순환버스에 탑승한 가세로 태안군수(왼쪽)과 주민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도지명위원회는 보령시와 태안군에 각각 원하는 명칭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면(面) 소재지와 마을 이름을 따 ‘고남대교’와 ‘영목대교’를 희망했던 태안군은 ‘솔빛대교’라는 명칭을 충남도에 제안했다. 이웃사촌인 보령과 갈등을 우려한 데다 두 지역의 공통분모가 소나무인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태안의 군목(郡木)과 보령의 시목(市木)은 모두 소나무다. 반면 보령시는 지명위원회에 ‘원산대교’라는 명칭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국도 77호선 개통 앞두고 상생협약 체결

두 지역이 제출한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 중재안으로 ‘천수만대교’라는 이름을 검토했던 지명위원회는 ‘원산안면대교’로 결정했다. 지명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한 태안 주민들은 충남도청에서 항의 시위했다. 이 때문에 2019년 12월 26일 기념식도 열리지 못하고 다리를 개통했다.

원산안면대교 개통 이후 1년 넘게 관계가 소원하던 보령과 태안은 지난달 12일 ‘보령-태안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하면서 급반전했다. 가 군수와 신경철 태안군의회 의장 등은 보령시청을 찾아 “그동안 너무 멀리 있었다”며 손을 내밀었다. 두 시·군은 국도 77호선 개통을 계기로 공간적 만남을 넘어 정책적 협의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2019년 12월 개통한 국도77호선 해상교량인 원산안면대교. 원산도와 대천항을 관통하는 해저터널은 올해 11월 개통 예정이다. [사진 충남도]

지난 2019년 12월 개통한 국도77호선 해상교량인 원산안면대교. 원산도와 대천항을 관통하는 해저터널은 올해 11월 개통 예정이다. [사진 충남도]

한편 2019년 12월 원산 안면대교가 개통한 데 이어 오는 11월 25일 보령해저터널(8㎞)이 개통하면 보령 대천항에서 태안 영목항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30분에서 10분으로 크게 줄어든다.

보령=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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