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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인가, 객기인가'…30대 男, 대마 피운 뒤 신고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거제 대마 흡입 30대 남성. 사진 경남경찰청

거제 대마 흡입 30대 남성. 사진 경남경찰청

경남 거제에 있는 주거지에서 대마를 키우던 30대 남성이 사실상 ‘환각 상태’에서 자신을 신고하고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거제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30)를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오전 1시 7분쯤 거제시 옥포동 거주지에서 대마를 피운 뒤 환각 상태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있지만, 판매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112에 직접 신고했다. 신고 직후 A씨는 자신의 차량에 앉아 있다 출동한 경찰차를 보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A씨의 위험한 운전은 옥포동에서 33㎞ 정도 떨어진 통영시 용남면 인근에서 끝났다. 이 과정에 A씨는 그의 차량 앞을 막아선 순찰차의 뒷부분을 들이받기도 했다. 그러나 담벼락에 부딪힌 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차를 세우고 도망가지 않고 서 있다 순순히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A씨는 대마를 피워 판단력이 다소 흐려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월부터 특정한 방법으로 대마를 입수한 뒤 자신의 집에서 10주가량의 대마를 재배해 피워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검거 직후 마약 간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거제 대마 흡입 30대 남성. 사진 경남경찰청

거제 대마 흡입 30대 남성. 사진 경남경찰청

A씨는 경찰에서 왜 스스로 신고를 했는지를 묻는 말에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A씨처럼 대마나 히로뽕 등 마약을 한 뒤 자신이 직접 혹은 가족 등 지인을 통해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심리 상태에서 스스로 신고를 하는지는 여러 가지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이유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씨 같은 사람들이 ‘양심의 가책’이나 ‘강박감에 따른 반발’ 등의 심리로 스스로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이 잘못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양심이 있어서고, 평소 범죄를 저지르면 거기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심리가 있는데 평소 눌러져 있던 그런 것이 환각 상태에서 풀어지면서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들은 또 언제 잘못을 들켜 검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는데 환각 상태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반발감으로 작용하면서 잡아가려면 잡아가라는 식의 ‘객기’가 작용하면서 신고했을 수도 있다”고 곽 교수는 덧붙였다.

거제=위성욱 기자 w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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