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출신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오락가락 직무회피 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의뢰에만 “회피조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혀서다.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의뢰에 “조사에 개입하지 않고 보고도 받지 않겠다”며 직무 전반에 대해 회피 신청을 했다. 반면 최근 국민의힘의 전수조사 의뢰에 대해선 13일 페이스북에 “야당은 법령에 규정된 위원장의 의무적 이해관계신고 및 회피조치 대상 아니다”라고 썼다. 그런데 전 위원장은 다른 야당인 정의당·열린민주당 등 비교섭 5당의 전수조사 의뢰엔 직무회피 조치를 했다.
“직무회피 기준이 오락가락”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오히려 제가 기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원칙에 맞는 것”이라고 말하며 국민의힘 조사에 관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 위원장은 논란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이런 주장을 펴는 걸까. 먼저 민주당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는 분석이 있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전 위원장이 ‘의원 12명 부동산 의혹’이라는 폭탄을 민주당에 던진 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당에 충성심이라도 보여주기 위해 국민의힘 조사에는 관여하겠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국회의원 조사 결과로 당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던 실무진의 건의 때문에 전 위원장이 이같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익위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권익위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이 민주당 부동산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민주당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고 한다. 압박이 상당했는데, 조사단엔 정치인이 없고 다 공무원들이라 그런 부분을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보니 전 위원장이 직무회피를 하기보다는 ‘방어막’ 역할을 해달라는 건의가 조사단 측에서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한 안성욱 신임 권익위 부위원장도 영향이 있다. 안 부위원장도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선거 캠프에서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맡았던 민주당 출신 인사다. 전 위원장이 야당 국회의원 전수조사에서 직무회피를 하면 안 부위원장도 회피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관여 없이 조사단이 정치권의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 모두 같은 기준에 따라 직무회피 조처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에 대해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예외적으로 정치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어 “권익위는 전 위원장은 물론 문재인 선거캠프 출신 부위원장을 즉각 직무에서 배제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