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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쌍용차, 투자자·사업계획 있어야 금융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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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에 대해 “투자자가 없으면 ‘만사휴의’(모든 것이 끝장)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능력을 갖춘 투자자 유치와 지속 가능한 사업계획이 있어야 (쌍용차에 대한) 금융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사가 만든 2년 무급휴직 자구안 #노조 희생 맞지만 2년내 회생 의문 #투자자가 없으면 만사휴의 될 것” #HMM 전환사채, 주식 전환도 밝혀

쌍용차 노동조합은 사용자 측과 자구안에 잠정 합의한 뒤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다. 지난 7~8일 조합원 투표에선 52.1%의 찬성으로 자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생산직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최장 2년간 무급휴직을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번 자구안에는 산은이 요구한 노조의 쟁위행위 중단과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3년 단위)도 포함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가) 일부 고정비 절감 방안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업계획 없이 자구계획만으로 경영 정상화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법원에서 회생계획을 인가받기 전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과정에 있다. 인수의향자가 있어야 결론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노사가 만든 자구안은 법원 회생계획안에 포함돼 잠재 인수 후보자가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쌍용차 노사가 투자자의 관점에서 자구안이나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언급을 덧붙였다. 쌍용차의 자구안이 잠재적인 투자자가 보기에 미흡한 내용이라면 회사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2년 무급휴직을 포함해 노조가 상당히 희생한 것은 맞다. 하지만 쌍용차가 2년 만에 회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내가 투자자라면 (회사가) 정상화되기 전에 인건비가 올라 부실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잠재적인 인수 후보자는 다수 거론되지만 진정한 후보자는 매우 귀한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HAAH 오토모티브와 에디슨모터스 등이 쌍용차의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대부분 연간 매출액 1000억원 미만 기업들이다. 쌍용차 인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 회장은 산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HMM(옛 현대상선)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산은은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CB를 HMM 주식 6000만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 14일 주가(4만6250원)를 기준으로 하면 산은은 2조원 넘는 이익을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이익을 낼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 전환 포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렇게 얻은 이익은 정책금융의 중요 재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HMM의 매각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시장 상황과 정책적 판단,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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