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우물 판 효성, 딴우물 판 코오롱…이젠 수소 놓고 맞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효성이 생산한 스판덱스를 활용한 제품들. 코로나로 집콕이 늘면서 세계 스판덱스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 효성

효성이 생산한 스판덱스를 활용한 제품들. 코로나로 집콕이 늘면서 세계 스판덱스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 효성

섬유가 한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공업 산업이 성장을 이끌던 1970년대 얘기다. 당시나일론 원사를 놓고 경쟁하며 섬유 황금기를 이끌던 효성과 코오롱이 지금은 서로 엇갈린 길을 가고 있다. 2019년 코오롱은 나일론 생산을 중단하고 딴우물을, 효성은 여전히 한우물을 파고 있다.

한우물 판 효성 스판덱스로 최대 실적 #딴우물 판 코오롱 폴더블 필름 앞서 #타이어 코드 놓고 나일론 이어 경쟁

50년 전 나일론 생산해 수출 주도  

14일 효성에 따르면 나일론에서 스판덱스로 원사 산업을 전환했을뿐 신 섬유사업에 계속 매진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수영복, 속옷, 레깅스 등에 쓰이는 원사다. 1990년대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한 효성은 스판덱스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1위를 이어오고 있다. 중국 기업이 스판덱스 증설에 나서며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코로나로 집콕족이 늘며 스판덱스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실적이 증명한다. 효성그룹 내 섬유 사업을 담당하는 효성티앤씨는 올해 1분기 1조61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의 절반 이상인 8318억원은 섬유 부문에서 거뒀다. 영업이익은 2468원으로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스판덱스 수요는 9~10만t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 증설은 4.5만t에 불과해 타이트한 수급 밸런스가 올해 연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샤오미 폴더블폰 미믹스 폴드에 적용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샤오미 폴더블폰 미믹스 폴드에 적용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코오롱인더스트리

1957년 나일론을 국내 최초로 생산한 코오롱은 효성보다 나일론 생산에서 앞섰다. 하지만 코오롱은 2019년 원사 사업을 정리하고 현재는 원단 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사명인 코오롱은 '코리아-나일론'의 줄임말로 기업 모태가 나일론 자체였다. 이는 울산 공장에서 나일론을 생산하고 있는 효성과 대비되는 행보다.

코오롱은 2004년 아라미드 생산을 시작으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 아라미드는 철보다 강도가 높고 불에 타거나 녹지 않은 내열성을 지난 첨단 소재로 광케이블 등이 쓰인다. 코오롱은 아라미드 생산량을 2018년 5000t에서 지난해 7500t으로 늘렸다.

코오롱은 2019년 나일론 생산 중단과 함께 양산에 성공한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필름인 CPI 필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90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3%가 늘었다. 코오롱은 중국 샤오미 등에 폴더블 필름을 공급하면서 필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올해 필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이어에 쓰이는 타이어 코드 개념도. 타이어 모양을 잡아주는 소재로 나일론 등이 쓰인다. 사진 효성

타이어에 쓰이는 타이어 코드 개념도. 타이어 모양을 잡아주는 소재로 나일론 등이 쓰인다. 사진 효성

나일론 맞수 타이어 코드 놓고 여전히 경쟁 

‘나일론 맞수’ 효성과 코오롱은 타이어 코드 시장에선 여전히 경쟁하는 중이다. 타이어 코드는 타이어의 형태를 잡아주고 내구성을 보강하기 위한 보강 소재로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한다. 세계 타이어 코드 시장 점유율은 효성 40%, 코오롱 20%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타이어 3분의 2가 한국 기업이 만드는 타이어 코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효성, 수소 경제 놓고 경쟁 구도

양사의 경쟁 분야는 최근 하나가 더 늘었다. 바로 수소다. 코오롱은 올해 수소연료전지 핵심 소재인 멤브레인(고분자전해질막) 양산에 돌입했다. 멤브레인은 고분자 전해질막(Polymer Electrolyte Membrane)으로 연료전지 내부에서 수소이온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분리막이다. 이 과정에서 모터를 돌릴 수 있는 전기가 발생한다.

효성은 지난 2월 울산에 세계 최대규모 액화수소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1만3000t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는 수소차 10만대를 충전할 수 있는 분량이다.

관련기사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