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외면당한 텝스의 변신···토익 700이면 텝스 265점

중앙일보

입력 2021.06.14 05:00

업데이트 2021.06.14 15:19

텝스(TEPS) 시험 로고. 텝스관리위원회

텝스(TEPS) 시험 로고. 텝스관리위원회

토익(TOEIC)에 비해 '어렵고 점수 손해 보는 시험'이란 인식이 있었던 텝스(TEPS)가 17년 만에 토익과의 점수 환산 기준을 바꾼다. 이에 따라 토익 점수에 상응하는 텝스 점수가 이전보다 낮아지게 된다. '토종 시험'인 텝스가 외국산 토익과 경쟁할 수 있도록 두 시험의 난이도 차이를 현실화한다는 취지다.

서울대학교 텝스관리위원회는 13일 새로운 점수 환산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전까지 공무원 시험 합격 기준인 토익 700점은 텝스 340점과 같은 점수로 환산됐다. 하지만 새 환산표에 따르면 토익 700점은 텝스 265점으로 환산된다. 토익 700점에 해당하는 텝스 점수를 75점이나 낮춘 것이다.

이번 환산표 개정은 한국교육평가학회장인 이규민 연세대학교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다. 연구팀이 토익과 텝스를 모두 쳐 본 경험이 있는 수험자 1400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텝스 340점에 상응하는 토익점수는 700점이 아닌 855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달라진 TEPS-TOEIC 환산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달라진 TEPS-TOEIC 환산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교수는 "수험자가 어떤 시험에 응시하더라도 서로 공정하게 비교될 수 있는 성적이 산출되어야 검사의 공정성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데, 텝스에 응시한 수험자들은 토익에 응시한 수험자들보다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했다.

텝스 340점을 받는 것보다 토익 700점 받기가 더 쉽다보니 텝스는 수험생이나 구직자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었다. 2010년 40만명이 넘던 연간 텝스 응시인원은 2018년에는 9만명 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더 줄어든 7만여명이 텝스를 쳤다. 매년 200만 명이 응시한다고 알려진 토익에 비해 텝스가 '고사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학기 서울대부터 적용…기업 등도 환산기준 바꿀듯 

새 환산표는 이르면 2학기 서울대 내에서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학부 수료·졸업이나 대학원 입학·논문자격시험을 앞두고 제출하는 영어시험 성적 기준이 바뀔 수 있다. 서울대 외 다른 대학교나 공공기관, 공기업, 민간기업 등은 자체 기준을 정하지만, 대부분 텝스관리위원회 환산표를 따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함께 바뀔 것으로 보인다.

토익은 지난달 5년 만에 응시료를 4만 8000원으로 3500원 인상했다. 연합뉴스

토익은 지난달 5년 만에 응시료를 4만 8000원으로 3500원 인상했다. 연합뉴스

다만 5·7급 공무원, 외무공무원,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응시자는 공무원임용시험령에 합격 기준 점수가 정해져 있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텝스관리위원회 본부장인 이용원 서울대 교수는 "공무원임용시험령이 개정된다면 텝스 같은 국내 토종 시험들이 토익과 같은 해외 영어 시험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상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공정하게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계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텝스는 미국 ETS의 토익 등 해외 영어시험의 독과점 체제를 깨자는 취지에서 1999년부터 서울대학교가 개발해 시행하고 있는 민간자격 국가공인 영어시험이다. 응시료는 텝스(정기접수 4만2000원·추가접수 4만5000원)가 토익(정기접수 4만8000원·추가접수 5만2800원)보다 약간 더 저렴하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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