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악용 여부는 사회 전체 책임"|노벨상 수상자들 학생과의 대화 <지상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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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과학 기술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얼마나 책임을 져야하는가. 또 미래의 과학은 어떤 모습을 할 것인가.
포항 공과 대학 대강당에서1∼2일 역대 노벨상 수상자 8명과 중·고·대학생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벨상 수상자에게 묻는다」라는 토론회에서는 21세기 과학계가 맞이 하게 될 전반적인 문제를 놓고 학생들이 질문하고 수상자들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지한 논의를 가졌다.
곧 다가올 21세기의 전망에 대한 강연과 토론을 위해 한국에 온 11명의 노벨상 수상자 중 이날 참석한 수상자는 브라이언 데이비드 조셈슨 (49·73년 물리학상·영국)·셸던 리 글래쇼 (57·76년 물리학상·미국)·이바르지에베 (60·73년 물리학상·노르웨이)·버튼 리히터 (58·76년 물리학상·미국)·허버트C브라운 (77·79년 화학상·미국)·월터 길버트 (57·80년 화학상·미국)·더들리 R허시바흐 (57·86년 화학상·미국)·리타 레비 몬탈치니 (80·여·86년 의학·생리학상·이탈리아) 등 8명.
『과학 기술은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인류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과학자들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핵산의 염기 배열 연구로 화학상을 수상한 길버트 박사는 『지식은 때때로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은 가장 자유로워야하며 인간의 사고를 억압하는 것들과 대항하는 분야여야 한다』며 자유로운 연구를 강조하고 사회의 책임은 부수적인 문제라고 응답했다.
고온 초전 도체 연구로 수상한 조셉슨 박사는 『과학 기술은 본질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악마의 생각을 한다면 인류를 파멸시키는 악마의 무기로 변할 것』이라며 『과학자들이 과학을 진리 추구의 대상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곤란하며 어떤 연구를 할 때 인류에 이바지 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꼭 염두에 둬야한다』고 신중론을 전개했다.
붕소 화합물 연구로 유명한 브라운 박사는 『과학 기술은 기근과 결핵 등 무서운 역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했고 앞으로도 인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과학자는 연구 자체에만 몰두하면 되고 그 활용 여부는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며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구조 기능적인 입장을 보였다.
소립자 「프사이」를 발견한 리히터 박사와 소립자 물리학의 권위자인 글래쇼 박사 또한 『진리 추구 자체가 인류 발전과 직결 될 것』이라며 『잘 사용하느냐의 여부는 그 사회 구성원의 능력에 달린 문제』라고 말해 과학 기술 개발에 낙관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조셈슨 박사는 『어떻게 과학이 무조건 좋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원자력 등 개별적으로 볼 때 우수했던 도구의 발명이 인류에게 꼭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고 반론을 전개했다.
한편 『AIDS (후천성 면역 결핍증)와 암은 언제쯤 정복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길버트 교수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2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간략하게 대답했다.
또 앞으로 두뇌 연구의 방향을 묻는 질의에 표피 성장인자 발견 공로로 수상한 몬탈치니 박사는 물리·수학·생화학 등 인접 학문이 연계돼 두뇌 메커니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회의 진행은 몰타 태생으로 『수평적 사고』라는 저서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드보노 박사 (56)가 맡았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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