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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머스크 등 미국 억만장자, 자산 448조원 늘었는데 세금 15조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미국 억만장자들이 자산 증가액 대비 낮은 비율의 소득세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상위 25명 5년간 소득세 분석 #실질세율 3.4%…중산층의 4분의 1 #“고소득자보다 일반인 과세율 높아”

8일(현지시간) 미국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연방 국세청(IRS)의 미공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최상위 부자 25명의 2006~2018년 세금 납부 내용을 분석, 보도했다.

미국 최고 부자들의 2014~2018년 자산증가액·소득세 납부액

미국 최고 부자들의 2014~2018년 자산증가액·소득세 납부액

이 매체는 경제 매체 포브스가 추정한 25명의 자산 증가액과 그들의 실제 세금 납부액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25명의 주식·부동산 등 자산은 4010억 달러(약 447조5200억원)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들이 낸 연방소득세는 136억 달러(약 15조1600억원)로, 자산 증가액의 3.4% 수준에 그쳤다.

가장 낮은 세율을 기록한 부자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의 자산은 2014~2018년 243억 달러(약 27조9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2370만 달러(약 265억2500만 원)를 세금으로 내 자산 증가액의 0.1%에 그쳤다.

‘세계 최고 부호’인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자산 증가액은 990억 달러(약 110조4000억원)지만 연방소득세는 9억7300만 달러(약 1조852억원)로 0.98% 수준이었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산이 139억 달러(약 15조3900억원) 증가했지만 3.27%인 4억5500만 달러(약 5075억9800만원)만 소득세로 냈다.

프로퍼블리카는 연간 7만 달러(약 7800만원)를 버는 미국 중위 소득 가정의  평균 소득세율이 14%라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턱없이 낮은 세율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들의 소득세 납부 과정은 합법적”이라면서도 “급여 소득에 의존하는 일반인과 달리 억만장자들은 자산 증가로 소득이 늘고도 소득세를 회피해 왔다”고 지적했다. 부자들의 소득은 주로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 상승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자산은 팔지 않는 이상 소득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는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각종 기부 등을 활용해 소득세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40대 초반 중산층 임금 근로자의 자산은 2014~2018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약 6만5000달러(약 7250만원) 증가했지만 대부분의 소득이 급여에서 발생해 5년 동안 6만2000달러(약 6915만원)의 소득세를 냈다며 고소득자가 아닌 일반인의 소득세율이 더 높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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