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세권 아파트’ 뜨는 이유 있었네…녹지 1위 핀란드의 경험

중앙일보

입력 2021.06.09 05:00

녹지가 시민 행복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 나왔다. 연구 결과를 확장하면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사진은 녹지가 풍부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중앙포토]

녹지가 시민 행복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 나왔다. 연구 결과를 확장하면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사진은 녹지가 풍부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중앙포토]

경제가 발전한 도시일수록 녹지가 시민 행복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자 녹지 공간이 부족한 청년·신혼부부용 아파트를 대량 공급할 계획을 가진 한국 정부가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데이터사이언스그룹 연구팀은 녹지가 많을수록 시민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9일 밝혔다. 포스텍·뉴저지공대 공동 연구팀과 함께 녹지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에 따르면 모든 도시에서 녹지 면적이 넓을수록 시민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보였다. 특히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8000달러(4200만원) 이상인 도시에서는 경제력보다 녹지 공간이 행복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서울 역시 다른 외국 도시와 마찬가지로 녹지 면적이 늘어날수록 행복도가 높아지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다만 GDP 기준 하위 30개 국가는 경제성장이 행복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인공위성 빅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과학적 신뢰도를 높였다. 기존에도 공원·청원·천변 등 도심 녹지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는 존재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도시를 비교하는 항공 사진은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다.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실태조사 방식도 한계가 있었다.

빅데이터가 분석한 행복의 원천, 녹지  

국가별 녹지면적 순위와 행복도 순위. 그래픽 김현서 기자

국가별 녹지면적 순위와 행복도 순위. 그래픽 김현서 기자

도시의 녹지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센티넬2’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활용했다. 센티넬2는 유럽우주국(ESA)이 쏘아 올렸던 인공위성이다.

연구진은 센터넬2 위성이 촬영한 90개 대도시의 녹지 면적을 조사했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가 선정 기준이다.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북반구는 2018년 6~9월, 남반구는 2017년 12월~2018년 2월 촬영한 사진이 분석 대상이었다.

이후 국제연합(UN)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와 비교했다. 국내총생산(GDP)·기대수명·자유·부정부패 등 각국 거주자의 행복을 정량화해 수치로, 한국은 2018년 기준 156개국 중 57위였다. 녹지 면적과 경제, 시민 행복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모든 도시에서 녹지 면적이 넓을수록 시민 행복도가 높아짐을 확인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경제가 일정 수준으로 발전한 다음엔, 도심의 녹지 공간이 행복감을 향상하는 사회적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인공위성 이미지로 녹지 분석

국가별 행복도와 도심 녹지 비율. 60개국 도심의 녹지 비율(동그라미의 색깔로 표시)과 행복도 조사 결과(동그라미의 크기로 표시)를 비교하면,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포착된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국가별 행복도와 도심 녹지 비율. 60개국 도심의 녹지 비율(동그라미의 색깔로 표시)과 행복도 조사 결과(동그라미의 크기로 표시)를 비교하면,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포착된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이번 연구를 보다 넓게 해석하면 최근 아파트 가격 선호 기준이 바뀌는 배경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요즘 신축 아파트는 대부분 단지 내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공원형으로 지어진다. 녹지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차미영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 연구책임자(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외관·인테리어 등 하드웨어가 주거지를 선택하는 기준이었다면, 최근엔 녹지가 주거지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며 “실제 시민의 삶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유럽물리학회 데이터 사이언스’에 실렸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