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치원생 구토 부른 '세제급식' 미스터리···교사가 왕따였나

중앙일보

입력

유치원 급식에 이물질을 넣은 혐의를 받는 유치원 교사 A씨(48)에게 경찰이 지난 7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지난 2월 검찰로부터 보완수사를 요청받은 지 약 4개월 만에 다시 A씨 구속을 시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사건 발생 이후 수사는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사건추적]

서울 금천경찰서는 아동학대와 특수상해미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재물손괴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치원생 급식과 동료 교사들의 커피에 이물질을 넣은 행위 등을 재물손괴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1일 오전 서울 금천경찰서 앞에서 국공립유치원 '급식 테러' 사건 엄벌 촉구를 위한 비상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민정 기자

21일 오전 서울 금천경찰서 앞에서 국공립유치원 '급식 테러' 사건 엄벌 촉구를 위한 비상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민정 기자

커피에 이물질 탄 행위에 재물손괴 적용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 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재물이 가진 효용 가치를 감소시키는 범죄다. 해를 입은 효용엔 사람의 수치심, 모멸감, 음식물 등도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설이다.

지난달 서울북부지법은 여자 후배의 사무실 책상 위에 있던 텀블러를 화장실로 가져가 그 안에 체액을 남긴 혐의에 대해 재물손괴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가해자가 텀블러의 효용을 해쳤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서부지법은 아내의 음식물에 침을 뱉은 혐의(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 남편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모기 기피제, 가루 세제 성분 왜 나왔을까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20년 차 특수 교사였던 A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근무하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먹는 급식과 간식 등에 모기 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든 정체불명의 액체를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수거한 약병에서는 유해물질인 모기 기피제와 가루 세탁 세제 성분이 확인됐다. 그가 정체불명의 액체를 음식물에 넣는 모습이 CCTV에도 찍혔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해 학부모에 따르면 유치원 6세 반 아동과 특수반 아이들 17명이 구토와 코피, 복통, 가려움증을 호소했다. 병원에서 진행한 혈액 검사 결과 유해한 항원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혈중 면역글로불린(lgE) 수치가 정상인보다 2~14배 높게 나왔다. 피해 아동 학부모 대표 김모씨는 “지금은 아이들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에 안 좋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외당한 교사의 심리적 불만 표출?

경찰은 A씨가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유해물질을 넣었다고 판단하지만,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만약 경찰의 주장이 맞더라도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와 주변인의 진술을 종합했을 때, 당시 A씨가 소외되는 상황이 있었고 거기에서 생긴 심리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동료 교사들 음식에만 (유해물질을) 넣다가 그 교사들이 관리하는 아이들의 급식에, 그다음 자신의 반 아이들한테도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또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보고 심리적 우월감을 느낀 것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A씨가 일부 학부모 및 동료 교사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건 발생을 전후해 서울시 남부교육지원청에서 시행하는 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치원 교구와 관련한 부적절한 행위가 논란이 됐다는 것이다. 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올해 초에 유치원 교구 관련 감사에서 A씨 관련 사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남부교육지원청은 수사 결과와 감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징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