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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고, 7월 3상 시작한다지만…여전히 갈길 먼 국산 백신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3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3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다음 달 임상 3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선구매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3상이 그리 간단치 않다. 백신 후보물질의 제품화에 성공한다 해도 품목허가 과정이 앞에 놓여 있다. 실제 접종은 내년을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5개 바이오기업 임상 1~2상 진행 

8일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 중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5개사다. 현재 1~2상이 진행 중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7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 “정부는 국산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2가지 후보물질로 세 가지 임상시험을 각각 진행 중이다. 임상데이터가 뛰어난 후보물질로 다음 달 임상 3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셀리드는 3월 말 2a상(2상 전기)에 들어갔다. 3분기 내 무리 없이 3상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넥신도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만만치 않은 임상 3상 

하지만 3상 과정이 만만치 않다. 3상은 수만 명의 참가자에게 백신과 위약(가짜 약)을 투여해 안전성·효과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3상 대상자가 4만명에 달한다. 이미 허가받은 백신이 여러 개 나와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는 피시험자 모집부터 쉽지 않다. 지난해와 달리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하지 않아 해외에서 피시험자를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렵게 모집하고도 안전성·효과성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으면 소용없다. 아직 2상이 진행 중이다 보니 각 후보물질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된 적 없다. 단지 ‘1상 투여 완료’ ‘2상 투여 완료’ 수준의 자료만 나왔다.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이 지난달 3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 마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이 지난달 3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 마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3상 규제 완화했지만 

이런 사정에 정부는 최근 3상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 간 면역원성을 비교해 3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임상 대상을 3000명 정도만 모집하면 된다.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피시험자가 적다 보니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임상을 거쳐 허가받은 백신을 ‘표준물질’로 삼아 비교하는 게 적절한지도 논란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비교임상을 하려면 방어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검사방법과 항체가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 데 아직 없다”며 “해외에서 비교임상으로 3상을 마친 백신을 인정해 구매해줄지도 상당한 의문이다”고 말했다.

8일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에 설치된 수성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에 설치된 수성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접종은 내년에나 

3상을 완주해도 이번엔 식약처의 품목허가 과정이 남아 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삼중 검증장치가 포함돼 있다. 최소 40일 걸린다. 이 때문에 상용화는 빨라야 내년에야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장 먼저 3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상용화해도 실제 접종은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완제품이 나올 경우 국민 수용성도 관건이다. 이미 대규모 임상을 거친 백신이 다수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과정 없이 개발된 ‘신상 백신’에 국민이 팔을 걷을지 알 수 없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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