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女중사 '병원방문' 보고 뒤…"너 왜 여기 온 줄 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08 18:00

업데이트 2021.06.08 20:23

성추행 피해를 입은 공군 여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군내 성폭력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우후죽순 드러나고 있다. 숨진 이모 중사가 전입부대에서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성추행 피해를 입은 공군 여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군내 성폭력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우후죽순 드러나고 있다. 숨진 이모 중사가 전입부대에서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성추행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가 사망 전 전입 부대에서 카카오톡으로 청원휴가 기간을 포함해 두 달 보름여 간 행적을 보고한 것으로 8일 파악됐다. 이 중사의 보고 내용이 부대에 퍼지면서 전입 직후 동료로부터 "난 너가 왜 여기 온 줄 안다"는 심리적 충격을 주는 말을 들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전입신고 전 성추행 피해 사실 퍼졌을 가능성
"심리적 충격 컸다" …나흘 뒤 극단적 선택

최근 공군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이 중사는 지난달 17일 15비행단(경기도 성남) 전입을 앞두고 지휘선이 아닌 부대 관계자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청원휴가 기간(3월 4일~5월 2일) 및 자가격리 기간(5월 3일~16일) 동안 동선 등을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이 중사는 성추행으로 인한 병원 방문 내역 등을 상세히 보고했다고 한다. 이후 이튿날 오전 PCR 검사를 받고 오후에 잠깐 전입 부대를 들러 사무실에 갔다. 정식으로 전입신고(지난달 20일)도 하기 전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중사가 동료로부터 "난 너가 왜 여기 온 줄 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유족으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중사가 부대 관계자에게 보고한 내용이 부대 내에 퍼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유족들 말로는 이 중사는 옮겨 간 부대에서 추가 피해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동료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심리적 충격이 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극단적 선택을 사흘 앞두고 동료에게 입은 2차 피해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 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차 피해는 ‘성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부정적인 처우’를 뜻한다.

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편 15비행단이 공군 내 문제 장병의 집합소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15비행단에서 근무했던 한 공군 관계자는 “공군에서 각종 사건으로 피해자가 나오면 주로 15비행단에 배치한다”며 “환영하기보단 피해자의 문제로 화살을 돌리는 동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군 검찰의 소극적 수사와 변호사 교체 등으로 조사가 미뤄지면서 피해자가 받은 심리적 압박은 더 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군 검찰의 피해 조사가 사건 발생 후 석 달, 검찰 송치 후 두 달 만에 이뤄지는 등 늦어지게 됐다”며 “당초 예정됐던 지난달 21일에 검찰 조사를 받았더라면 그 날 밤 극단적인 선택도 하지 않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말했다.

공군은 이같은 내용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이 제한된다"고만 밝혔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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