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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공판 당일 “양형조사 필요하다”…오거돈, 1심 구형 연기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송봉근기자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송봉근기자

피해자 측 "엄중 처벌하라"…1심 선고 29일 예정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1심 구형이 연기됐다.

오 전 시장 8일 법원 출석…21일로 연기

부산지법은 8일 오전 10시 열린 오 전 시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오 전 시장 변호인단이 국제 양형 조사를 이유로 결심공판 연기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양형 조사는 법관이 판결 선고를 위한 양형을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양형 요소가 될 자료들을 수집·조사·평가하는 제도다.

이날 연기된 1심 결심공판은 오는 21일 열린다. 1심 선고는 오는 29일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선고 전 최후 진술 등을 위해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재판 시작 5분여 전 법원 후문에 모습을 나타낸 오 전 시장은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01호 법정으로 이동했다.

법정 앞에서도 취재진이 ‘결심 공판인데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여성단체에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등을 묻자 “거듭거듭 죄송합니다”는 말을 남기고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재판부는 이날 결심 공판이 열리기 직전 검찰 측이 제기한 공소사실과 증거로 제출된 사진, 음성 등에 대한 오 전 시장 측의 추가 의견이 있는지를 물었고, 오 전 시장 측은 “없다”고 답했다.

오거돈 엄벌 촉구하는 여성단체 오거돈성폭력사건공대위가 8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결심공판을 앞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기자 202010608

오거돈 엄벌 촉구하는 여성단체 오거돈성폭력사건공대위가 8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결심공판을 앞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기자 202010608

피해자 “합의 시도…진정성 없어 거절”  

앞서 재판부는 지난 1일 오 전 시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고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검찰이 오 전 시장에게 적용한 혐의에 대해 심리했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 상황이지만,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어 향후 선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쯤 부산시청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B씨를 추행하고, 이 직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강제추행치상)도 받고 있다.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방송 운영자들을 고소한 것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오거돈 성폭력 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부산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원이 오 전 시장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할 것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부산시정을 책임지며 성폭력 사건의 피해 복구와 가해자 처벌을 이끌어야 하는 시장이 직원들을 추행했다”며 “오거돈에게 최고형을 선고해 법의 엄중함을 알리고, 권력자들의 성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제추행 피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 전 시장이 합의를 시도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재판을 한 달여 앞두고 변호사가 오씨 측의 편지를 받았다”며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도 사과할 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반성하는데 저 사람의 편지에는 그런 기본적인 내용조차 없다”며 합의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어 “제3의 권력형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선례가 필요하다. 강제추행범 오거돈에게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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