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짜리 수입 전기차 불티? 절세용 ‘무늬만 법인차’ 많다[주말車담]

중앙일보

입력 2021.06.07 00:02

업데이트 2021.08.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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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왼쪽부터 테슬라 모델 X, 재규어 I-페이스, 메르세데스-벤츠 EQC, 포르쉐 타이칸 4S. [사진 각 회사]

왼쪽부터 테슬라 모델 X, 재규어 I-페이스, 메르세데스-벤츠 EQC, 포르쉐 타이칸 4S. [사진 각 회사]

올해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질주하는 가운데 포르쉐의 성장률이 단연 돋보인다.

포르쉐 타이칸 4S 올해 658대 팔려
70%가 법인·사업자 업무용 등록
취득·자동차세 등 각종 감면 혜택
개인 용도로 많이 써 규제 여론

한국수입차협회와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4400여 대를 팔았다. 한 달 평균 880대로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한국에서 팔린 포르쉐는 1만대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은 28.1%로 수입차 전체 평균(20.5%)보다 높다. 포르쉐코리아는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7779대를 팔았다. 10년 전인 2010년엔 705대였다.

고가전기차 평균 취득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가전기차 평균 취득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서 팔린 포르쉐 중 베스트셀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으로 5개월간 2258대(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였다. 두 번째는 포르쉐의 첫 전기차 타이칸 4S로 658대가 등록됐다.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평균 취득가는 1억9100만원(100만원 이하 절삭)이다. 고가 전기차로 분류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전기차 EQC(8200만원), 테슬라 모델 S(1억700만원)보다 2배가량 비싸다.

그렇다면 2억원에 육박하는 고성능 전기차를 누가 샀을까. 구매층을 분석해 보니 658대 중 487대가 법인·사업자였다. 고성능 전기차 ‘10대 중 7대’ 이상이 법인· 사업자가 ‘업무용’ 목적으로 산 셈이다. 개인 구매한 소비자 중에선 40대 남성이 47대로 전체의 7%를 차지했다. 포르쉐 타이칸 4S의 법인·사업자 비중은 ‘고가 전기차’ 중에서도 특히 높았다.

테슬라 모델 X·S가 각각 58%와 53%였으며, 재규어 I-페이스와 EQC도 는 59%와 54%였다. 반면 테슬라의 모델 3과 모델 Y의 법인·사업자 비중은 적었다(각각 29%, 21%).

고가전기차 누가 구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가전기차 누가 구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법인·사업자 명의로 등록하는 차는 세금 감면 등 여러 혜택이 적용된다. 차량을 업무용으로 쓰고, 해당 비용을 경비로 인정받으면 세금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 전기차는 취득세·자동차세 등 세제 혜택과 고속도로 할인 등이 추가로 주어진다. 이에 따라 법인·사업자가 산 ‘1억원 이상 전기차’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과 주행거리 제약 등 타기 불편하고 관리도 힘든 고가의 전기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한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실제론 법인 관계자가 업무용 외 개인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1억원 이상 고가 차의 절반, 2억5000만원 이상 고가 차는 대부분 법인·사업자로 등록될 만큼 한국은 법인 차 비중이 높다”며 “외국과 비교해 법인 차에 대해 관대한 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의 경우 ‘법인 차’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미국도 법인 차량은 철저히 업무용으로만 사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무늬만 법인 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여론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고가의 수입차만 따로 규제하기 어렵다”, “미국·EU와 통상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차를 살 때와 유지하는 비용, 자동차세를 낼 때 삼중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며 “하지만 정말로 업무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감시가 소홀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교수는 “법인 차에 대한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며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세법 개정 등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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