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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노래하고 센 발언 쏟아내도…안 뜨는 野 최고위원 후보들

중앙일보

입력

노래를 부르고 만세를 삼창해도, 무릎 꿇고 코믹 연기를 해도 별다른 화제가 안 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돌풍’에 최고위원 선거가 묻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조해진 후보가 지난 4일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천안삼거리' 노래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조해진 후보가 지난 4일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천안삼거리' 노래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는 모두 10명(김재원ㆍ도태우ㆍ배현진ㆍ원영섭ㆍ이영ㆍ정미경ㆍ조대원ㆍ조수진ㆍ조해진ㆍ천강정)의 후보가 뛰고 있다. 하지만 30대 ‘이준석 돌풍’으로 뜨거운 당 대표 선거에 비해 지나치게 조용한 선거가 치러지는 중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단일지도체제여서 후보들의 존재감이 약한 데다, 당 대표 후보들처럼 치열한 설전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낙 주목을 못 받다 보니 정책경쟁보다는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3선 현역 국회의원인 조해진 후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세좌’란 별명을 얻었다. 조 후보는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힘 만세, 정권교체 만세, 새로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만세를 삼창한 것을 시작으로 매 연설회 말미마다 만세삼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3일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를 불러 호응을 얻자 대전ㆍ세종ㆍ충북ㆍ충남 연설회에선 ‘날좀보소’를 부르며 어깨를 들썩이는 등 지역별 맞춤형 전략도 펼치고 있다.

한 가지 컨셉을 잡아 꾸준히 밀고 나가는 '컨셉형' 후보들도 있다. 암호학 전문가이자 벤처 창업가 출신인 이영 후보는 “지도부에 한 명 정도는 디지털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디지털 정당’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앞서 출마선언을 할 때도 국회 소통관에서 드론으로 선언문을 전달받기도 했다. 김재원 후보는 “우리 당원이 천덕꾸러기냐”며 “당원권리 확대”를 줄곧 내세우고, 원외 후보인 천강정 후보는 “의원내각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닥치라’고? 닭을 치러 가보겠다”고 말하는 코믹 컨셉의 영상으로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영 의원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드론으로 출마 선언문을 받고 있다. 이영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영 의원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드론으로 출마 선언문을 받고 있다. 이영 의원실 제공

주목을 받으려 골몰하면서 일부 후보들의 발언이 과격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태우 후보는 광주에서 열린 광주ㆍ전남ㆍ전북ㆍ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제주 4ㆍ3 사건에 대해 “남로당이 무장봉기로 수년간 전쟁을 벌인 사건인데, 이게 정당하다면 대한민국 건국이 부당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대원 후보는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재원 후보가 박근혜 정부(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에서 요직을 지낸 것을 겨냥해 “박근혜 전 대통령 옆에서 온갖 단물 다 빨아먹고, 지난번에는 황교안, 이번에는 윤석열인가. 뻔뻔하고 비겁한 사람”이라며 “제발 당과 나라를 위해 정치판을 떠나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이런 가운데 7~8일 치러질 당원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를 하루 앞둔 6일, 당 대표 후보자들은 영남과 강원 지역 당협을 찾아 당원 공략에 집중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울산시당에서 “제가 한 탄핵에 대한 이야기를 과연 당원들이 ‘어린놈의 오만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였을지, 아니면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결의로 확인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한다”며 “참 떨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경원ㆍ주호영 후보는 이날 이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장모 건(장모 관련 의혹)이 형사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는 덮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 발언을 저격했다. 강원도당을 방문한 나경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제일 시급한 과제는 모든 야권주자가 ‘원팀 경선’에 모이는 것”이라며 “우리 안에서의 분열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썼다. 주호영 후보도 이날 경북 영덕 당협을 찾아 “우리끼리 범야권 대선후보에 대해 ‘디스’하고 낙인찍으면 안 된다”며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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