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만에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한 대형 크루즈선이 주민들의 "큰 배는 안돼!" 외침 속에 베네치아 옛 항구를 떠났다.
예인선 등 크루즈 관련 종사자들은 환송
지난 3일(현지시각) 크루즈 선사 MSC가 운영하는 9만2000t급 'MSC 오케스트라'가 주데카 수로를 통과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베네치아에 대형 크루즈선이 도착한 것은 17개월 만의 일로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처음이었다. MSC 오케스트라는 승객을 3000명까지 태울 수 있지만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해 승선 인원을 제한했다. 탑승객은 배에 오르기 전에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제출했다.
대형 크루즈가 다시 온 것은 코로나로 위축됐던 관광산업이 기지개를 켜게 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베네치아 석호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석호(潟湖, lagoon)란 사주 섬(barrier island)이나 산호초에 의해 바깥 바다와 분리된 얕은 수역을 말한다. 베네치아는 이 석호 가운데 118개의 인공 섬으로 이뤄진 도시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그런데 베네치아를 출입하는 대형 선박이 도시 기반을 침식하고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9년 6월에는 주데카 수로에서 대형 크루즈선 'MSC 오페라'가 부두와 유람선을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3월 베네치아 석호 내 대형선박 진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대형선박은 베네치아 역사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마르게라 산업 항에 정박하게 됐다. 그런데도 이번에 'MSC 오케스트라'가 역사지구로 진입한 것은 마르게라항의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베네치아 시민이 크루즈의 석호 통과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예인선 등 크루즈 관련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대형 선박의 석호 진입이 금지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5일 'MSC 오케스트라'는 베네치아 시민의 시위와 환송 속에 베네치아를 떠났다. 승객 650명을 태운 크루즈선은 이탈리아 바리, 그리스 코르푸 섬과 미코노스 섬,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등으로 향했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