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구찌·꼼데가르송·조말론…한남동에 다 모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05 15:30

구찌 매장이 오는 29일 서울 한남동에 두 번째 단독 매장 '구찌가옥'을 연다. 사진은 한남동 버스정류장에 붙여진 구찌가옥 홍보 포스터. [연합뉴스]

구찌 매장이 오는 29일 서울 한남동에 두 번째 단독 매장 '구찌가옥'을 연다. 사진은 한남동 버스정류장에 붙여진 구찌가옥 홍보 포스터. [연합뉴스]

명품거리가 서울 청담동에서 한남동으로 넓어지고 있다. 전통적 명품 브랜드 건물이 거대하게 세워진 거리가 청담동이라면, 한남동은 요즘 MZ세대에게 주목받는 젊은 감각의 명품 브랜드 매장이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며 등장한 곳이다.

청담동 이어 신흥 명품거리로 떠오른 ‘꼼데길’
구찌, 29일 국내 단독 매장 2호점 오픈

오는 29일 오픈을 앞둔 ‘구찌’ 단독 매장 역시 한남동에 자리한다. 이 매장은 구찌가 1998년 청담동에 국내 1호 매장을 오픈한 이래 23년 만에 처음 마련한 단독 매장이다. 청담동에 위치한 구찌 매장은 리뉴얼 공사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선보일 한남동 매장이 당분간 국내에서 운영되는 유일한 구찌 단독 매장이 될 예정이다.

매장명은 ‘구찌가옥’으로, 기존 청담동 매장과는 다른 콘셉트가 될 전망이다. 구찌 관계자는 “한국 전통 주택을 의미하는 ‘가옥’에서 공식 명칭에 착안했다”며 “강남 지역이 아닌 강북지역에 오픈하는 매장으로, 청담동 매장과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의 공간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이태원  

이번에 문을 여는 구찌 매장은 한남동 안에서도 ‘신흥 명품거리’로 불리는 ‘꼼데길’ 끝자락에 위치한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나오면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인 ‘꼼데가르송’의 국내 단독 매장 1호가 나온다. 꼼데가르송이 2010년 이곳에 국내 첫 매장을 연 후 브랜드 매장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꼼데길’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 거리에는 젊은 감각의 패션·뷰티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해 있다. 삼성물산의 ‘띠어리’ 매장과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의 유명 명품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삼성물산의 편집숍 ‘비이커’, 코오롱 FnC의 ‘시리즈’ 매장 등을 볼 수 있다. 뷰티 브랜드로는 ‘이솝’과 ‘꼬달리’ 등의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단독 매장이 있고, 니치 향수 브랜드인 ‘조 말론’과 ‘르 라보’ 단독 매장 역시 이 거리에 위치한다.

래퍼 래원이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 매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래퍼 래원이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 매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그렇다면 MZ세대가 열광하는 패션·뷰티 브랜드 매장이 왜 한남동에 모이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한남동이 위치한 이태원만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문화적 요소가 요즘 명품업계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경쾌한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찌 관계자는 “구찌는 2015년 알렉산드로 미켈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취임한 이후, 펑키하고 여러 사람의 멋을 인정하고 이를 표현하는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 같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선보이기에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은 몇 해 전부터 인기를 끈 경리단길이나 해방촌 등의 ‘핫플레이스’로 이미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한남동은 이곳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외국인이 비교적 많이 거주하는 동네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한남동은 이집트·인도·몽골·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각국 대사관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위치해 다소 삼엄한 분위기다.

동시에 잘 정돈된 거리와 문화 시설로 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 한남동은 문화 인프라가 풍부하다. 미술관 리움을 비롯해 뮤지컬 전용 극장 블루스퀘어,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등이 브랜드 매장 옆 사이사이에 있다. 이는 명품 브랜드 매장만 줄지어 서 있는 청담동과도 다른 분위기다.

청담동 명품거리는 쇼핑 말곤 즐길거리가 없는 반면 한남동 신흥 명품거리에서는 문화적 놀거리와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사가 한남동에 잇따라 매장을 내는 이유도 이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더해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남동에서 자주 쇼핑한다는 직장인 신지영씨(가명·31)씨는 “청담동에 있는 명품 브랜드 매장은 가볍게 들어가기엔 부담스러운 느낌이 든다”며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똑같은 브랜드 매장이어도 한남동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워서 매장에 들어가기가 비교적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초고가 주택들 사이에 들어선 명품 매장  

지난해 1월 입주를 마무리한 서울 한남동 초고가 주택 '나인원한남'. [중앙포토]

지난해 1월 입주를 마무리한 서울 한남동 초고가 주택 '나인원한남'. [중앙포토]

그렇다면 한남동이 기존 명품 중심지인 청담동과 근처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이태원 경리단길, 해방촌 상권을 교체하는 걸까. 부동산 상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음에 대해 “한남동이 다른 동네 상권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말 그대로 명품 상권이 한남동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태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식당가로 입소문이 나서 뜨는 상권들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짧은 경우가 많지만, 한남동은 이와는 다르다”며 “명품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자체만으로도 명확한 집객 요소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문화·쇼핑 상권이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 연구위원은 “그렇다고 청담동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라며 “인근 가로수길이 인기를 끌었지만 청담동 역시 계속해서 발전한 것처럼 각각 나름의 특징을 지니며 새로운 상권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동 확장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고급 주택단지 ‘한남더힐’ 외에도 ‘나인원한남’이 지난해 1월, 입주를 마무리하면서 한남동의 고소득자 유입이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초고가 주택들이 들어선 한남동은 그 어느 곳보다 소비력이 높은 지역”이라며 “명품 브랜드 매장 입점이 한남동의 구매력 높은 수요층과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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