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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사기" 정세균 "왜곡"···동시에 때린 '이재명 기본소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서거 12주기 추모전시에 참석해 권도경 각가의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서거 12주기 추모전시에 참석해 권도경 각가의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치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론'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 지사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물을 내세워 자신의 기본소득론을 설파하자, 야당 의원이 반박에 나서면서다. 이번엔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이 지사의 주장을 '왜곡'이라고 규정했다.

정세균 "취지 왜곡하면 안돼"

정 전 총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에 '기본은 갖추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가리켜 "한 달에 4만원을 주기 위해 26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자는 것"이라며 "용돈 수준도 안 되는 한 달 4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 예산 26조원을 투입하는 예산편성이 과연 합리적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기본소득 주장을 위해 언급한 아브히짓베너지 교수와 그의 아내 에스테르 듀플로 교수의 논점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 주장처럼 베너지 교수와 그의 아내 듀플로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두 사람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역량이 부족하고 농촌기반 사회라 소득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발간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중 내용의 일부다. 이 지사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언급한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부부를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비판하기 위해 소환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는 "다시 말해 기본소득은 복지행정력을 갖추기 힘든 가난한 나라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또 정 전 총리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수상자 인 폴 크루그만도 기본소득에 찬성하지 않는다"라며 "자신의 논조와 비슷한 부분만 발췌하여 주장의 타당성을 꿰맞추는 것은 논리의 객관성이 아닌 논지의 왜곡이다. 최소한 토론의 기본은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윤희숙(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윤희숙(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윤희숙 "알면서 치는 사기다"

그동안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수차례 반박해온 윤 의원은 이날도 이 지사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윤 의원은 "(이 지사가) 노벨상 권위에 기대 논쟁 상대방을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존경받는 개발경제학자 베너지-듀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재명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을 뒤집어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꾸며대는 정치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며 "잘 번역된 저서가 서점마다 깔려 있어 금방 확인 가능한 문제에 대해 이 정도 거짓을 내놓을 정도면 확인하기 쉽지 않은 다른 문제들은 오죽할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배너지, 듀플로 부부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중 한 토막을 소개했다. 정 전 총리가 이 지사를 비판하기 위해 꺼내 든 대목과 같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윤 의원은 "저자들의 글을 직접 보시고 판단해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역량이 부족하고 농촌기반 사회라 소득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의 경우 상위 25%를 제외한 75% 인구에게 매년 7620 루피(430달러, ppp) 정도를 지급하면 절대 빈곤 대부분을 없앨 수 있다. 기존의 주요 복지프로그램을 모두 대체해 재원을 충당하고, 상위 25%를 제외하기 위해서는 지급방식을 번거롭게 만들어 여유 있는 사람이 스스로 지원금을 타가지 않도록 설계할 수 있다.

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돈이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일 자체가 목적의식, 소속감, 성취감, 존엄성, 자아계발 등 삶의 의미를 가꾸는 주축이다. 선진국 사회가 현재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기본소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 근로자의 이동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배너지-듀플로,『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2020, 생각의 힘) pp.503~516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유승민 비판하려다… 

이번 논쟁은 지난 2일 이 지사가 베너지 교수를 언급한 한 언론의 칼럼을 소개하며 시작됐다. 이틀 뒤인 지난 4일 이 지사는 유승민 전 의원의 '공정소득'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재차 베너지 교수 부부를 언급했다.

당시 이 지사는 "같은 경제학자라는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다선국회의원 중 누구를 믿을까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주자는 말은 도덕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선사업 아닌 세금으로 시행해야 하는 현실정책으로는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유 전 의원을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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