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척 맨지오니, 로라 피지 다시 한국 무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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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재즈를 잘 모른다고 해도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로라 피지)과 'Feels So Good'(척 맨지오니)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의 노래는 광고음악으로도 친숙하며, 한국의 젊은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이들의 음악이 세대를 뛰어넘어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쉽고 편안한 재즈라는 점. "멜로디가 아름답고, 서정적인 면이 강해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는다"는 게 음악평론가 송기철씨의 설명이다.

이들이 무더위에 지친 음악 팬들에게 재즈의 감미로운 선율을 선사한다. 11~13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머 재즈 새너테리엄(Summer Jazz Sanitarium) 2006'에 참가하는 것. 척 맨지오니는 12일, 로라 피지는 13일 무대에 선다. 세월과 함께 음악도 더욱 깊어지는 두 재즈 뮤지션의 공통점은 아마도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이 아닐까. e-메일을 통해 들어본 이들의 음악관은 인생 그 자체이며,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근원이었다.

"내 인생이 곧 음악이고, 음악이 곧 내 인생입니다. 젊음을 유지해 주는 샘물이라고 할까요."(척 맨지오니)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도전하고 싶은 음악도 많습니다. 음악은 내게 살아가는 에너지를 주지요."(로라 피지)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음악을 하는 척 맨지오니는 한국인의 '정(情)'이란 개념으로 자신의 음악을 설명했다. "내 음악은 인간을 위해, 우리들의 행복.희망.사랑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정(情)'은 내가 추구하는 음악적 가치와 일치하죠. 그것이 내 음악의 목적이자 이상이기도 합니다."

로라 피지도 "내 노래에는 많은 감성이 담겨 있다"며 "꾸미지 않은 목소리로 편안한 기분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점이 한국팬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열린 사고방식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생활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린 시절을 남미에서 보냈는데, 그곳에서 라틴 음악과 친숙해졌죠.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 재즈.샹송.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들을 좋아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소중한 음악적 자산이 됐어요. 아직도 남미 음악, 샹송 등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습니다."(로라 피지)

"나의 경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겪는 희로애락은 소중한 음악적 자산이죠.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척 맨지오니)

자신의 음악이 광고음악이나 한국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음악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척 맨지오니는 "'Feels So Good'을 어떻게 바꾸든 본래의 테마가 주는 감동과 행복감은 변질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노래의 본질은 우리들 마음속에 늘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라 피지는 "내 노래가 광고음악뿐만 아니라 한국영화나 드라마에도 사용된다면 더 기쁠 것 같다"며 "그런 기회가 또 올 것으로 기대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노래도 리메이크해 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삶을 즐기고, 감사하는 태도 또한 공통적이다. 척 맨지오니는 자신의 노래처럼 매일 매일 'feels so good'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음악과 사랑에 빠졌던 젊은 시절의 행복감은 내 마음속에서 늘 여전하죠. 나이와 함께 몸은 노쇠하지만 내 음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랑으로 젊음을 유지합니다."

음악에 대한 사랑을 그는 여인에 빗댔다. "파워풀하고 선명한 소리를 내는 트럼펫은 개성과 주관이 강한 여성이죠. 반면 플루겔혼은 더 따뜻하고 달콤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부드럽고 내면이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모두 사랑스러운 여인들이죠."

그는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대표곡들을 새로운 느낌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로라의 경우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매우 즐기며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정도 음악 못지않게 소중하게 여기죠. 자주 집을 비울 수 있는 것도 가정을 잘 돌봐주는 고마운 남편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녀는 내년 봄 한국팬들이 자신의 새 앨범을 접할 수 있을 거라고 귀띔했다. 1930~50년대 미국 대중음악계의 명곡들을 불어와 영어로 부른다는 계획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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