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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대에 AI 접목하고 차세대 반도체 인재도 키울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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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지난해 총장 취임 후 이공계열의 신산업 분야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박상규 총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흑석동 캠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총장 취임 후 이공계열의 신산업 분야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박상규 총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흑석동 캠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신산업 분야에서는 대학이 적기에 주류에 포함돼야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앙대가 차세대 반도체나 인공지능과 같은 주류 연구 분야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낍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 인터뷰 #혁신공유대학 사업 2개 분야 선정 #AI 대학원도 10년간 지원 받기로 #진료·신약개발에 인공지능 적용 #삼성전자 등 120개 기업과 MOU #취업·창업 특화 프로그램도 준비

중앙대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신산업 분야 인재 양성 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지난 4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AI)대학원 지원 사업에 선정돼 10년간 지원을 받게 됐고, 5월에는 교육부가 주관한 혁신공유대학 사업에서 ‘차세대 반도체’와 ‘실감미디어’ 2개 분야가 선정되기도 했다.

박상규(60) 중앙대 총장은 지난해 취임 때부터 인공지능과 반도체 같은 신산업 분야 육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는 이공계열 인재가 이끌어가는 사회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정부 사업 선정은 단순히 돈을 받는다는 의미를 넘어 중앙대 공대가 주류에 포함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총장을 만나 앞으로 중앙대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3월 취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속 겪고 있다.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나.
작년 1학기만 해도 이렇게까지 후폭풍이 클 줄은 몰랐다. 다행히 온라인 수업 전환에 큰 무리가 없었고 구성원이 모두 협조를 잘 해줬다. 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반드시 나쁜 영향만 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실습을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한다거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교류할 수 있다는 게 코로나19가 준 교훈이다. 대안을 만들어낸다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AI대학원이 올해 두 번째 신입생을 모집했다.
학생들과 업계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입학정원을 지난해 40명에서 올해 50명으로 늘렸는데도 경쟁률이 4:1 정도로 높았다. 경쟁률뿐 아니라 지원자들의 수준이 높아 선발하는 데 애를 먹었다. 컴퓨터 엔지니어링·머신 러닝 등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서도 AI를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학부과정(소프트웨어대학 AI 학과) 신설과 더불어 10년간 19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는 과기정통부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더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AI를 강조하는 대학이 많은데,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나.
우리가 추구하는 AI 교육은 모든 학문 단위가 AI와 접목하는 ‘AI+X’ 시스템이다. 여기서 X는 의료가 될 수도 있고 차량이 될 수도 있다. AI 원천기술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중앙대는 의대와 약대 기반이 강한 만큼, AI를 진료나 신약개발 시스템에 붙여보면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AI를 학생 교육에 활용할 방안은 없나.
3년 전부터 AI 기반 학사지원시스템인 e-어드바이저 도입을 준비했다. 40억원 규모의 상당히 큰 프로젝트인데, 다년간 축적한 학사 데이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강좌 추천, 수강 신청 시뮬레이션 등을 지원한다. 학생의 진로에 따라 어떤 학기에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 분석해 제안해주는 식이다. 여기에 학생의 성격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비교과 분야에 대해 제안도 할 수 있도록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대는 AI 기술을 접목해 강좌 추천, 수강 신청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학사지원시스템 e-어드바이저을 도입했다. [사진 중앙대]

중앙대는 AI 기술을 접목해 강좌 추천, 수강 신청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학사지원시스템 e-어드바이저을 도입했다. [사진 중앙대]

박 총장은 의학 통계 전문가다. 그는 “고등학교는 문과, 학·석사는 경상대학에서 통계를 공부하고 박사학위는 미국 의과대학에서 따면서 의도치는 않았지만,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아우르는 경쟁력을 갖게 됐다”면서 “AI를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중앙대는 AI와 융합할 6개 분야로 의료·보안·차량·로봇·언어·콘텐트를 정했다.

교육부 혁신공유대학에 ‘차세대반도체’와 ‘실감미디어’ 2개 분야에 선정됐다.
반도체는 AI와 함께 총장이 되면 반드시 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인력 육성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했다. 기업과의 교류도 중요한데, 우리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와 관련된 120개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실감미디어는 VR과 AR을 다루는 분야인데, 우수한 역량을 가진 전주대, 건국대 등과 함께 취창업에 특화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혁신공유대학은 지역 대학들과 함께하는 사업인데, 거리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공유대학끼리는 주로 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우리 연합체에 포함된 7개 대학이 각기 역할을 나눴는데, 중앙대는 취·창업 관련된 실습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역 학생들이 방학 동안 중앙대 기숙사에 머무르며 실습을 할 수 있다. 학기 중에도 교육과 실습이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부는 정원을 줄이라고 요구한다. 대학의 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해외 대학은 입학정원이라는 개념이 없는 곳이 많다. 대학 여건과 상황에 따라 인원을 선발한다. 그러려면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의 현실에선 사립대가 입학정원을 자율적으로 감축하기는 너무 어렵다. 등록금을 올릴 수 없고, 교수 임금도 10년 가까이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원은 대학 운영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립대학이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오면서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지 않은가. 사립대가 그동안 애썼던 만큼 이제는 정부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때다.  

박상규 총장

중앙대에서 응용통계학과 학사·통계학 석사 학위를,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중앙대 교수로 부임했고 입학처장, 기획처장, 행정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전국대학교기획처장 협의회 회장, 한국장학재단 비상임이사,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20년 3월 총장에 취임했으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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