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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문가집단 물리치료사 누가 쉽다고 했나?

중앙일보

입력

553만명.
무려 500만 명이 넘는 이 수치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통계청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발표한 전문직 종사자 수이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가 2,836만 명이니, 전문직의 비중이 무려 약 20퍼센트(19.49%)에 달하는 셈이다(이상 2021. 04 기준).

전문직에 대한 엄청난 수요다. 대학교 졸업장을 따고도 다시 전문대에 유턴 입학을 하는 케이스는 근래 5년새 2배가 넘게 증가했다. 그런 유턴 지원자들이 크게 관심을 갖는 직업이 있다. 바로 물리치료사다.

물리치료사는 비단 의료기관 종사에 그치지 않고 선수트레이너 등의 분야로 취업이 가능하며, 해당 학과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 국가면허를 취득하면 누구나 될 수 있어 전문직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문제점도 많다.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다른 매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한 뒤 어설프게 흉내를 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체형교정이나 재활운동 등 물리치료의 영역을 헬스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 분야에 접목시키는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물리치료사 면허’를 ‘자격증’으로 오용하는 언론도 문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쉬운 직업으로 오해할 수 있다.

‘누구나’할 수 있는 일이 ‘아무나’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과연 물리치료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일까? 단언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고 싶다. 그 이유를 정리했다.

▲높은 경쟁률이다. 의료기관의 숫자는 정해져 있는데, 물리치료사 지원자는 계속 많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률도 치열해진다. 경력과 스펙이 더 나은 물리치료사, 같은 경력일 경우 젊은 물리치료사가 선택을 받는다. 인기가 높아졌으니, 당연히 경쟁도 치열해진 것이다.

▲많은 공부량과 어려운 교과목이다. 설사 물리치료사가 됐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끝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물리치료사의 일을 찜질, 전기치료, 마사지 등 단순한 업무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기계·기구를 이용한 치료뿐만 아니라 신체의 교정과 재활을 위한 기능훈련부터 도수치료와 수치료, 그 밖에도 물리요법적 치료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다 아울러야 한다. 이 모든 배경지식을 학부과정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자퇴를 하거나 국가고시에서 낙제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똑똑해진 환자들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시대가 됐다. 환자들의 지식수준은 높아졌고, 기대와 요구사항도 많아졌다. 물리치료사는 단순 물리치료를 넘어 환자의 상태와 증상의 원인을, 또한 그 증상에 대한 중재방법을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게 많은 경험과 지식이 요구된다. 경쟁의 경쟁인 셈이다.

▲평범하면 외면당해, 계속 진화하는 물리치료사는 전문가다. 물리치료사 유튜버들이 다양한 건강 콘텐츠로 활발히 활동하는가 하면, 필라테스 강사, 헬스트레이너, 스포츠 선수트레이너, 의료기기개발자, 운동센터대표 등에서는 물리치료사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물리치료사 출신 강사들이 기능해부학과 임상운동학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운동전문가들에게 근거기반의 교육을 제공하며 재활운동과 체형교정 분야의 최고교육자로서 국민건강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운동영역에서도 물리치료사 출신이 하나의 스펙으로서 각광받을 만큼 물리치료사들은 전문가로서 신뢰를 받는 중이다.

이렇게 물리치료사들은 지금도 임상과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이들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픈 사람들에게 건강을 되찾아 주고, 운동지도자들에게는 보다 더 체계적인 근거기반의 운동법을 교육하며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애쓰는 물리치료사들의 노력이 이 시대의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쓴이 = 윤통증의학과 권애정 물리치료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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