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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세 늙었다"는 말 꾸짖었다…최고령 현역 무용수의 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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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페이스북 캡처]

[사진 페이스북 캡처]

"나는 늙지 않았어요. 그저 세상에 조금 더 오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를 배웠을 뿐." 

인터뷰에서 '고령' '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106세 현역 무용수는 기자를 이같이 꾸짖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BBC는 호주 최고령 무용수 아일린 크레이머(106)의 삶을 조명했다.

1914년 시드니 모스만 베이에서 태어난 그는 1940년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한 자선콘서트에서 무용에 빠졌다. 다음날 크레이머는 보덴와이저 발레단을 찾아갔고 3년간의 훈련을 마친 뒤 정식으로 발레단에 들어갔다. 이후 10년 간 보덴와이저 소속으로 호주 전역을 누볐다. 1953년엔 호주를 떠나 인도,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등에서 활동했다. 지난 2014년 수십 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99세의 나이에 자신의 고향인 호주 시드니로 돌아왔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대부분 상반신을 사용하는 우아하고 극적인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안무도 맡아, 여러 예술가와 협력해 춤 영상 제작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노인 돌봄시설에서 매일의 일상을 담은 책을 냈고, 호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전에 출품하기도 했다.

크레이머는 "시드니로 돌아온 뒤 너무 바빴다. 독립극장 등에서 공연했고 애들레이드와 브리즈번에서 열린 2개의 큰 무용 축제에 참여했다"며 "오늘은 여러분과 대화하는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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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다(old)는 단어 쓰지 않기"

그는 "가장 많이들 묻는 말이 '에너지의 원천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노년기에도 춤을 출 수 있는 비결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대답은 간단했다. 그는 '늙었다(old)'와 '나이(age)'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해당 단어를 쓰는 기자를 꾸짖었다.

크레이머는 "사람들이 늙었을 때 느낀다는 기분을 나는 느끼지 않는다"며 "창작할 때 내 태도는 어렸을 때와 같다"고 말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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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막지 못한 열정

최근 크레이머는 자신의 인생에서 영감을 받은 몇 가지를 주제로 직접 공연하고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도 크레이머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며 있었던 일들을 책에 담았다.

크레이머는 "촬영장에 갈 수 없어서 대신 책을 썼다"며 "우리가 어떻게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책은 자신이 만든 출판사를 통해 올해 나올 예정이다. 그는 앞서 100세 때도 '코끼리와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해서도 그는 "나는 코로나19를 신경 쓰지 않는다"며 "외롭거나 고립된 적이 없다"고 했다. BBC의 인터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간이 다가오면서 끝났다. 크레이머는 "무섭다"고 너스레를 떨며 "하지만 이것이 앞으로 아프지 않게 해주겠지"라고 말했다.

김천 기자 kim.ch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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