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내려온다' 국힙이 된 국힘…"누나 왜그래" 네티즌도 놀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01 14:52

업데이트 2021.06.01 15:12

시종일관 딱딱하고 고루한 이미지였던 보수 정당에서 요즘 힙스터(hipster: 최신 유행을 좇는 이들) 열풍이 불고 있다. 야구 모자를 뒤로 눌러쓰고 리듬을 타며 ‘속사포 랩’을 쏟아내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흰 테 선글라스를 끼고 국회 본관에서 댄스 삼매경에 빠진 의원도 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채널 캡쳐]

[이영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채널 캡쳐]

국민의힘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초선의 이영 의원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홍보 영상을 하나 올렸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곡에 맞춰 이영 의원이 춤을 추는 영상이다. 최근 연예인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틱톡(TikTok), 유튜브 등에서 인기몰이 중인 ‘범 내려온다 댄스 챌린지’에 도전한 것이다. 국회 잔디마당, 의원회관 앞 보도, 기자회견장, 국회 본관 로텐더 홀 등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열광적으로 춤을 추는 이 의원을 놓고 “신선하다” “누나 왜 그래”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이영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왕 시도해보는 김에 나를 다 내려놨다”고 말했다.

영상이 파격적인데
“딱딱한 분위기를 깨고 싶었다. 요즘 세상은 드론이니 IT니 4차 혁명 얘기를 하는데, 국회는 정치나 정쟁에만 매몰돼 있지 않나.”
어떻게 만들었나
“보좌진들과 의논해서 만들었는데, 영상 제작에 채 6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일전에 배운 라틴 댄스 강사님과 지인 등 일반인들이 백댄서로 참여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채널 캡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채널 캡쳐]

국민의힘의 이런 ‘힙스터 열풍’을 주도한 이는 북한에서 건너온 태영호 의원이다. 태 의원을 두고 당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국민의힘 힙스터 선두 주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태 의원은 지난해 총선, 올해 보궐선거 등에서 야구 모자를 뒤로 눌러쓰고 속사포 랩을 쏟아냈다. 무수한 NG 끝에 완성된 가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요(yo) 쥬랍 더 빗(drop the beat). 2번에는 2번이네 2번찍어 2겨내세 2번만이 2기는 길 2번에는 2번이네 2번선거 2번찍어 2나라를 이어가세”

이런 태 의원에게 네티즌들은 ‘북힙 원탑’(북한+힙합+onetop) ‘태미넴’(태영호+에미넴의 합성어), ‘MC 구민’(태 의원의 개명 후 이름), ‘켄드릭 천리마’(켄드릭 라마+천리마)란 별명을 붙이며 호응했고, 랩 영상에는 “김정은도 웃고 갈 엇박자” “혁명적 스웨그(swag)” 같은 센스 있는 태그가 달렸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도 26만명(1일 기준)을 넘어섰다.

“튀면 버릇없다? 이젠 옛말”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 정당들은 대체로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유세에 나서자 “충격적”이란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에선 원유철 당시 미래한국당 대표가 핑크색 점퍼에 가발을 착용하고 투표 독려 영상을 찍자 당 안팎에선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꼭 핑크색 가발을 써야 했느냐”고 '한 소리' 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나선 건 주로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야당 초선 의원들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표를 몰아주며 영향력을 입증한 MZ 세대(20·30세대)에게 다가 가려는 전략적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이 튀는 행동을 하면 ‘버릇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던 건 옛말”이라며 “지도부든 의원이든 젊은 당직자나 보좌진들에게 '청년층에게 다가갈 비법이 뭐냐'고 묻는 게 요즘 당 분위기”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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