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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멍멍이 감정 통역, 빅데이터로 맞춤 사료…펫케어산업 똑똑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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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전자는 로봇청소기에 반려동물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싱스 앱 펫 케어 서비스’를 넣었다.

삼성전자는 로봇청소기에 반려동물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싱스 앱 펫 케어 서비스’를 넣었다.

‘○○이를 위한 단호박 케이크’ ‘◆◆이의 수비드 삼계탕’ ‘△△이를 위해 양배추를 갈아넣은  피자’

1~2인 가구 반려동물 양육 늘며 #전 세계 펫테크 시장 규모 22조원 #국내 펫케어 시장도 2조원 넘어 #정부, 맞춤형 특별식 규제 없애

강아지나 고양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질환이 한두 가지씩 생기곤 한다. 뭘 잘못 먹었는지 설사를 하거나, 피부에 거뭇한 알레르기성 반점이 올라와 털 사이로 비치기도 한다. 귀에서 냄새가 나는 일도 있다. “아프다” “불편하다” 말을 못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인 입장에선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반려동물을 위한 특별식을 준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기고 맞춤형 특별식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규제가 하나 풀렸다. 반려동물 건강 걱정에 특별한 음식을 먹여보고 싶어하는 견·묘주를 공략한 맞춤형 사료 판매의 문이 열린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산업융합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반려동물 맞춤형 테이크아웃 식당’ 사업 등을 허가했다.

이번 사업을 신청한 회사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본사를 둔 반려동물 관리 회사 ‘올핀’이다. 동물 주인은 올핀이 만든 스마트폰 앱에 자기 강아지·고양이의 종·성별·몸무게와 수의사의 소견을 입력한다. 그러면 이 회사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사료를 만들어 배달해준다. 반려동물 영양 상태에 따라 탄수화물·비타민·무기질·칼슘 등을 강화하거나 최소화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단호박 케이크’, ‘◆◆이만의 수비드 삼계탕’ ‘양배추를 갈아넣은  피자’ 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올여름 반려견과 함께 보양식을 먹으려는 수요도 노린다.

반려견 삼계탕

반려견 삼계탕

올핀의 사업 아이디어는 그동안 사료관리법에 막혀 현실화하지 못했다. 동물용 먹이는 사료로 분류돼, 이를 만들어 팔기 위해선 곡물 분쇄·배합 설비 등을 갖춰 지자체에 등록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균일한 수준의 사료 성분을 쓰겠다는 등록도 해야 돼 맞춤형 식단을 자체를 만들 수도 없었다. 동물 사료의 위생 관리를 위한 규제지만, 반려동물 800만 마리(2020년 정부 추산) 시대에 관리 방식이 제각각이 된 상황을 노리는 사업자에겐 걸림돌로 작용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이 접목된 ‘펫 테크’(Pet Tech)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감정을 ‘통역’하거나 신원 인식을 하고, 체외진단기를 통해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서비스까지 나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0%에 이른다. 인구수로는 1448만여 명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펫 케어 시장 규모는 19억4700만 달러(약 2조1596억원)로 지난해보다 7.6%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펫 케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5%대인 것과 견줘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세계 펫테크 시장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세계 펫테크 시장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동안 펫 케어 시장은 푸드(사료)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펫 테크 분야가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펫 테크 시장은 지난 2018년 45억 달러(약 4조9800억원)에서 2025년 200억 달러(약 22조16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 측은 “반려동물을 인격체로 대우하는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가 확산하고, 1·2인 가구의 반려동물 양육이 증가함에 따라 펫 테크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반려동물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이를 미용·보험·푸드 같은 파생시장에 활용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이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에 따른 변화나 반려인의 성향 등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관련 기업이 이를 활용한 부가 서비스를 내놓는 식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는 반려견. [사진 너울정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는 반려견. [사진 너울정보]

국내 소프트웨어업체인 너울정보는 반려견의 음성을 크기와 종류별로 구분해 수집·분석하는 음성인식 알고리즘 ‘펫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견이 짖는 소리를 분석해 현재의 감정 상태를 알려준다.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반려동물 전문기업인 스파크펫은 지난달 20일 신세계인터내셔날·아모레퍼시픽·한화손해보험·VIP동물의료센터 등과 손잡고 펫 클라우드 협약체를 만들었다. 미용과 보험, 의료 등 6개 분야에서 전방위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목표다.

한편 이날 심의위는 외국에 있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도 허용됐다. “의료환경이 열악한 국가로 나가 있는 재외국민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의료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심의위는 언어·문화적 차이, 현지 의료체계 미비 등으로 병원 다니기에 어려움을 겪는 재외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주유소 안에 연료전지를 설치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사업도 허용했다. SK에너지가 낸 이 사업 아이디어는 주유소 빈 곳에 소규모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전기를 생산해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 전기를 팔지 않고 전기차 충전에도 쓸 수 있다.

최선욱·권유진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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