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국 "딸 출생신고 따진 김진태, 저절로 주먹 쥐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31일 출간한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2019년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따끔한 비판”을 받은 자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던 여야 법사위원들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남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1일 출간한 책 『조국의 시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1일 출간한 책 『조국의 시간』

조 전 장관은 책에서 “가장 모욕감을 느낀 순간은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언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이 나의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거론하면서 ‘전향했느냐’고 물었다”며 “나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뽐내지도 않고 살아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 딸의 출생신고를 누가 했는지를 따지면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며 “참으로 불쾌했고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고 서술했다.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9년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 가족관계증명서를 찢고 있다.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9년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 가족관계증명서를 찢고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법사위원으로 조 전 장관을 질책했던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해선 “공천 경선에서 패배한 후 탈당해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해 맹공을 하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금 의원이 내게 ‘언행 불일치와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대해 질문한 것에 대해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며 “그가 과거 서류상 나의 논문지도 제자였다는 점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 의원은 2016년 3월 언론 인터뷰에서 ‘난 검사 출신 금수저, 염치 있어 새누리는 못 간다’라고 말했는데 2021년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빨간 점퍼를 입었다”며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보다 더 공정하단 말이냐”고 물었다.

이어 “금 의원은 문재인 정부 공격 수사로 공정의 이미지를 얻은 윤석열 전 총장과 함께 제3의 길을 가려는 것 같다”며 “금태섭의 길, 그 종착지가 어디일지 짐작해본다”고 썼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9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9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조국 수호대’로 불린 김종민 민주당 의원에게는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은 “김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나에 대한 많은 의혹이 터져 나왔을 때 철저히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앞장서서 해명해줬다”며 “이로 인해 김 의원은 언론에서 ‘조국 수호대’라는 꼬리표를 받았고 재선에 성공해 2020년 8월엔 수석 최고위원이 됐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총선불출마 선언을 했던 표창원 민주당 의원에게 사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 전 장관은 책에서 “표 의원은 인사청문회 당시 당 대 당의 정면 대결 상황에서 나를 옹호하는 역할을 해야 했던 것에 큰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며 “다만 작은 변명을 전한다면 내가 표 의원을 포함해 여당 의원들에게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무소속 의원이었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비판에 대해서는 “정치 원로의 말씀을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박 원장은  “한 명의 조국은 주옥같은 글을 쓰는 진짜 좋은 조국이고, 또 한 조국은 너무나 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두 명의 조국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기된 수십 개의 의혹에 대해 본인은 관련이 없고 최소한 부인과 딸에게도 도덕적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 전 장관은 책에서 “‘두 명의 조국’이라고 한 말은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며 “이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뒤 박지원 의원실을 예방했을 때 자신의 형사재판 경험을 알려주며 조언해준 적이 있다”고 적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