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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구길 대로 구긴 인구대국 중국의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인도 인구가 곧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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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식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얼마 전 이런 내용의 보도를 보셨을 겁니다.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중국의 인구가 14억 명 아래로 떨어져 곧 인도에 1위 자리를 내줄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 거지요.

인구 대국 중국이 인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점점 줄고 있는데 고령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거든요. 수치로 보면 명확해요.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1003만여 명으로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175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점점 늘어 전체 인구의 13%(1억 7600만 명, 2019년 기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2030년엔 1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요. 초고령 사회(20% 이상)가 멀지 않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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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속으로 끙끙 앓고 있습니다. 땅덩이가 넓고 인구 수가 많은 것은 중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으니 당연한 고민이지요. 당장 노동 인구가 줄고 있어 경제 성장 둔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집니다.

◇ 중국은 어쩌다 인구 문제로 고민하게 됐나  

현재 중국 정부의 인구 고민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선 과거를 살펴야 합니다.

중국의 인구 정책이라 하면 많은 사람이 ‘한 자녀 정책’을 떠올리지만, 이 정책이 실시되기 전 마오쩌둥 집권 시기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인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중국 지도자들의 머릿속에 깊게 뿌리박혀 있었죠. 덕분에 1950년대 중국 인구 성장률은 5%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사망한 이후인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 성장과 인구 성장이 발맞춰가기 위해선 산아 제한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합니다. 1979년, 마침내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죠. 수많은 사람의 반대에도 이 정책은 2015년까지 시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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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요?

더 이상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 걱정인 시대가 되었죠. 현재 중국의 출산율은 1.2~1.5명에 불과하거든요. 인구학 권위자 폴 몰런드는 저서 〈인구의 힘〉에서 “그 정책이 없었어도 이미 출산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며 “한 자녀 정책은 불필요한 조치였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무자비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이 현재 중국 사회의 인구 문제를 만든 주범이라고 비판하죠.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정책을 폐지했지만 출산율은 도무지 늘어날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중국의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거든요. 지난 2019년 중국의 혼인율은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초혼 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이들의 경우 더 늦게 결혼하고 있죠. 당연히 출산율도 더 낮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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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중국 전역의 각 도시들이 젊은 노동 인구를 흡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입니다. 악명 높은 후커우 제도(중국의 호적 제도)를 정비하고 각종 혜택을 주는 등 어떻게든 젊은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 사회안전망 부족한 중국, 대가족 문화 사라지는 것도 부담

일각에서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대가족’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중국 사회에 매우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습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는 “많은 중국인들에게 ‘가까운 친족, 친척’이란 개념이 점차 희미해질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중국에 닥친 진짜 인구 문제”라고 지적했는데요. 중국의 복지 시스템이 서구 사회에 비해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대가족ㆍ친족 네트워크가 그간 일종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이조차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경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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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노인 부양과 복지 정책에 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창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 정부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 온갖 정책을 쥐어짜내는 이유가 아마 여기 있을 겁니다.

‘인구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세계 최강대국을 꿈꿔온 중국은 과연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경제 문제를 비롯한 세계 문제에서 중국이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는 인구 규모에 달려있다. 중국이 움직일 때 세계가 주목하는 까닭은 10억 명이 훌쩍 넘는 거대한 인구 때문이다.” (〈인구의 힘〉에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중국 정부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으로 보입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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