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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믿으면 10배 번다”…주식 사이트 만든 보이스피싱 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씨 일당이 투자자에게 사기를 치면서 보낸 카톡 내용. 사진 인천경찰청

A씨 일당이 투자자에게 사기를 치면서 보낸 카톡 내용. 사진 인천경찰청

지난해 말 A씨(26)는 알고 지내던 동네 선후배를 비밀리에 불러 모았다. 보이스피싱 등으로 돈을 벌어볼 심산이었다. 이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슷한 범행을 한 경험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에 장기간 체류하기 어렵게 되자 귀국한 상태였다. 그럴싸한 조직이 만들어졌다. 통장모집책, 인출팀, 콜센터 관리총책, 텔레마케터, 자금지원책 등으로 팀을 짜고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사기행각을 시작했다.

보이스피싱 이어 허위 주식 사이트 개설 

A씨 일당의 조직도. 사진 인천경찰청

A씨 일당의 조직도. 사진 인천경찰청

콜센터 관리 총책 B씨(29) 등은 불상의 주소록을 토대로 무작위로 전화를 돌렸다.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며 수신자를 유혹했다. 재미를 보는 듯했지만, 얼마 안 가 한계에 부닥쳤다. 그러자 허위 주식 리딩 사이트(주식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현황 공개 및 상담을 하는 사이트)로 범행 수법을 바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채팅방에서 “10배 수익금을 보장한다”며 사람들을 꼬드겨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했다. 사이트를 조작해 투자자가 돈을 입금하면 3~5% 정도 수익이 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후 투자자가 인출하려고 하면 “인출 수수료가 20%다. 양도소득세가 있다. 지금 인출하면 페널티가 있다”는 등 이유를 들어 오히려 투자를 더 하도록 부추겼다. 이들은 이렇게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54명에게 무작위 전화를 걸어 고수익 주식 투자 등을 미끼로 총 28억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초로 500만원을 입금한 가정주부 이모(42)씨는 이들 수법에 당해 1억 2000만원을 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한 달 주기로 오피스텔을 옮기기도 했다. 경찰은 중간 관리책을 체포한 데 이어 위례신도시에 있는 은신처에서 총책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A씨 주거지 등에서 범죄 수익금 현금 3억2000만원과 8000만원 상당의 고가 시계, 귀금속 4점 등을 압수했다.

경찰이 A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금품들. 사진 인천경찰청

경찰이 A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금품들.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 총책 A씨 등 12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소유한 4억2000여만원 상당 재산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고가의 외제승용차와 부동산 등 은닉 재산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코로나19등 어려운 경제여건을 악용해 허위 주식 리딩사이트로 피해자를 현혹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등록되지 않은 증권사이트 등을 활용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는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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