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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흘린 피 잊어선 안돼"…조국 향한 민주당의 3가지 시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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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이 드리워진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한 목소리로 조국 전 법무장관을 옹호했던 기억을 모두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의원들의 생각도 복잡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대응 방안도 갈린다.

①동일시=정청래 의원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일단 다섯권 주문했다”며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구매 인증을 했다. 대선 주자가 아닌 민주당 의원 중 공개적으로 조 전 장관 응원을 한 건 정 의원이 유일하다. 그는 책을 산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론자로서, 검찰개혁 실행자로서 그가 겪었을 고초를 생생하게 느껴볼랍니다”라고 했다.

2017년 5월 11일 정청래 의원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에 환영하는 뜻에서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2017년 5월 11일 정청래 의원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에 환영하는 뜻에서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특히 그는 조 전 장관을 노예 해방 전쟁을 치른 링컨과 일제 치하 독립투사에까지 빗대는 듯한 표현을 썼다. “그 당시(19세기 미국) 노예해방을 반대해서 전쟁도 했다. 일제 치하 독립투사들은 밀정과 일제에 목숨을 내걸었고 모진 고문도 당했다”며 “조국이 흘린 피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 먼 훗날 그가 뿌린 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나무가 크게 자라있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②걱정=반면 조응천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에 장문(3394자)의 글을 올려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돌풍’으로 당내 경선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아 활력이 만발한 반면, 우리 당은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또 지도부를 향해 “‘조국의 시간’에 대해서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여 일관되게 민생에 전념하는 집권여당의 듬직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그 모습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왕도가 있겠나”라고 제언했다.

현장풀) 조응천 국회 국토위 간사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LH 혁신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조응천 국회 국토위 간사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LH 혁신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소장파 대선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조국사태’는 촛불시위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란 중 하나다. 촛불 항쟁 이후에 이 일과 관련해 가장 뜨거웠던 일인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명확한 정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③관망=대다수의 의원이 취하는 자세는 침묵이다. 옹호도, 비판도 없이 그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많다. ‘조국사태’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 전 장관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김종민 의원은 3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국 전 장관이 자기 방어권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기록하기 위해 책을 낸 건데, 그걸 가지고 당에서 뭐라고 하나. 방어권을 존중하면 되는 거고, 검찰과 언론이 대역죄인인 것처럼 씌어놨던 무수한 혐의들이 실제로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조국 사건의 핵심은 사실관계 확인이다. 책 출간을 두고 특별히 코멘트할 필요가 없다.”

2019년 9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9년 9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런 반응은 다른 의원들도 비슷했다. 평소 조국 전 장관과 거리를 둬왔던 비주류 중진 의원 역시 “조 전 장관이 무슨 대단한 사람이길래, 당에서 왈가왈부해야 하느냐”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비판했다간 친문 지지층에 찍히고, 옹호했다간 또 내로남불 비판 들을 텐데,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 아니냐”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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