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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안전 나몰라라 우회전 차량....10대 중 한대만 제대로 멈춰

중앙일보

입력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도 우회전 차량이 멈추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도 우회전 차량이 멈추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 지난 3월 18일, 오전 8시 20분쯤 전북 전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초등생 A 군(11)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하는 레미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는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교통안전공단 우회전 실태 조사 #10대 중 절반, 보행자 무시 통과 #양보 차량 58%는 서행하며 재촉 #오토바이, 양보비율 17%로 최저

 #. 같은 날 오후 1시 50분쯤 인천 중구 신흥동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생 B 양(10)양이 25t 화물차로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운전자는 편도 3차로 도로에서 직진 차로인 2차로로 달리다 불법 우회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우회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우회전하는 운전자는 보행자 안전에 여전히 무관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회전 때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는 경우 안전하게 멈춘 경우는 10대 중 한대에 불과했다.

 3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서울 시내 6개 교차로에서 '차량 우회전 시 보행자 횡단 안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823대의 차량 가운데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어도 양보하지 않고 그냥 통과한 경우가 53.8%(443대)에 달했다.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나머지 380대(46.2%)는 보행자에게 양보(서행 또는 정지)한 거로 조사됐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속사정은 좀 다르다. 58%, 즉 10대 중 6대는 차를 멈추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면서 위협적으로 보행자의 빠른 걸음을 재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지한 159대 중 28.3%는 횡단보도 앞이 아닌 횡단보도 위에서 정지해 보행자 통행에 지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따져보면 안전하게 횡단보도 전에 제대로 정지한 차량은 전체의 13.9%에 불과하다. 10대 중 한대 꼴에 불과하다.

 우회전 차량의 안전불감증은 간선도로 보다 이면도로의 신호 없는 교차로에서 더 심했다. 서행이나 정지한 비율이 41%에 불과했다. 10대 중 6대는 보행자가 있어도 그냥 지나쳤다는 의미다.

어린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도 우회전 차량이 그냥 지나친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어린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도 우회전 차량이 그냥 지나친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차종별로 따져보면 오토바이는 16.7%만이 양보해 보행자 안전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화물차(42.7%), 승용차(48.4%), 버스(62.9%) 순이었다.

 우회전 때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치사율도 높다. 치사율은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최근 2년간(2018~2019년) 발생한 '차대 사람' 교통사고 중 우회전 교통사고는 8959건이며 218명이 숨졌다. 치사율이 2.4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평균(1.5명)보다 1.6배 높다.

 특히 사업용 자동차의 치사율은 6.9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평균의 4.5배에 달한다.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의 최새로나 박사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는 직진에 비해 도로변 장애물 등으로 인해 시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특히 회전반경이 크고 사각지대가 넓은 대형차량은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보행자를 살피면서 회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5조 1항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서행하면서 우회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권용복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곳으로, 교차로 우회전 시 서행 및 주의 운전하는 등 운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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