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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신고제', '임대사업자 폐지'…전월세시장 뇌관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월세신고제’가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도(道)의 시(市) 지역에서 보증금 600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월임대료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도 신고 대상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2021.4.15/뉴스1

'전월세신고제’가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도(道)의 시(市) 지역에서 보증금 600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월임대료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도 신고 대상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2021.4.15/뉴스1

안정세를 찾던 서울 전·월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마지막인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는 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과세 우려' 전·월세 신고제 … 임대차법 폐해 이어질라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넘는 임대차 계약에 대해 30일 이내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한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이 투명해지고 임차인 보호 기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금까지는 확정일자 신고를 해야 정부가 임대차 계약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부동산 거래 정보 대부분이 수집된다. 특히 집주인의 임대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 정보가 과세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단 국세청 등 과세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의 세 부담 증가가 고스란히 세입자의 전·월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전세수급지수 동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전세수급지수 동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규제의 부작용은 이미 확인됐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되면서 전국 전셋값은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8.57%, 서울은 3.83% 올랐다. 이마저도 '통계 착시'라는 의견이 많다. 기존 전세계약 갱신 건과 신규 계약 건의 가격 차가 많게는 2배가량 벌어지면서 정부의 공인 통계보다 실제 가격 상승률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98㎡의 경우 지난달 두 건의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보증금이 12억9000만원과 5억7403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4월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4%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비중(29.8%)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고, 최근 5년간 1~4월 평균 월세 비중(33.0%)과 비교하면 7.4%포인트 높다. 임대차 규제는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키웠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425건이었던 대차 분쟁 관련 상담 건수가 8월 818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4월까지 월평균 7500여 건이 접수됐다.

수요 넘치는데 삼중 규제로 매물은 줄어

임대차 3법이 완성되면 전세 시장 불안은 가중될 수 있다.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앞두고 서울 주요 지역 전셋값은 오름세를 보인다. 특히 반포 재건축 대단지들의 이주를 앞둔 서초구를 중심으로 전세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구 전셋값은 지난주 0.16% 올랐는데, 상승률이 일주일 전 0.07%의 두배에 달한다. 이 지역에서 20억원이 넘는 전세 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98.87㎡는 지난 25일 27억원(23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한 달여 만에 17억원 오른 가격이다.

서울 전월세 거래량 월별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전월세 거래량 월별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지역 전세의 수요와 공급을 측정하는 전세수급지수는 104.2에서 지난주 105.6으로 올랐다. 이 수치가 기준점인 100을 넘을 경우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130까지 올랐던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초 안정세를 보이다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이런 경향은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관측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8일 기준 2만 1519개로, 2개월 전(2만 3642개)보다 8.9%(2123개) 줄었다.

임대사업자 폐지 '기름에 불붙인 격'

]다음달 1일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와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 상황이 심화하고 매물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매달 감소하고 매물도 줄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단지. 2021.5.30 연합뉴스.

]다음달 1일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와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 상황이 심화하고 매물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매달 감소하고 매물도 줄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단지. 2021.5.30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부동산 특위)가 지난 2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민주당은 대책을 통해 다세대·다가구, 단독 등 일반주택의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을 폐지하기로 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지난해 7월 이전에 등록한 기존 임대사업자에 대해 자동말소(임대의무 기간이 종료돼 자동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되는 것) 후 6개월 이내에 주택을 처분해야만 기존에 받았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은 오히려 임대차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진말소를 하고 6개월 내 매각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팔지 않고, 그동안 못 올린 전·월세를 대폭 올려 세금 충당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공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임대가 없어지면 전·월세 시장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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