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론 외치던 與 초선들, 경선 앞두고 "어디 줄설까" 고민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10:00

업데이트 2021.05.30 10:05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4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ㆍ7 재보궐 선거 참패와 관련해 초선 의원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4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ㆍ7 재보궐 선거 참패와 관련해 초선 의원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변해야 합니다. 변하겠습니다. 저희 초선의원들부터 달라지겠습니다.”  

4·7 재·보선 참패 직후(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발표한 성명 일부다. 81명 여당 초선의원들이 “당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선언한 지 50일 넘게 지났지만, 이들의 혁신 목소리는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차츰 옅어지고 있다.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주최한 ‘쓴소리 경청 강연’은 4회까지 열었지만, 지난 20일 행사 참석자는 20명 안팎에 불과했다.

특히 선거 패인으로 ‘조국 사태’를 거론한 20·30세대 의원 5인이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세례에 내몰린 충격이 컸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문자 폭탄에 겁을 먹은 데다, 이제는 당 혁신이 지도부 몫으로 넘어가면서 다들 독자 행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영향도 있다. 각 캠프가 지지 의원을 규합하면서, 초선 의원들의 주된 관심사도 ‘대선 경선’으로 바뀌었다. 당내에선 “현재 초선들의 최대 고민은 어느 대선 주자에 줄 설지 선택하는 문제”(한 초선 의원)라는 말까지 나온다.

노선에 따른 1차 집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성공포럼) 창립총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성공포럼) 창립총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비교적 정치 노선이 뚜렷한 초선 의원들은 이미 상당수가 ‘대선 모드’로 전환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앞장서 온 ‘처럼회’ 소속 의원 중 상당수가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민형배 의원은 이 지사 지지 의원 모임인 ‘성공과 공정 포럼’(성공포럼) 공동대표를 맡았고, 김남국ㆍ황운하ㆍ이수진(서울 동작을)ㆍ최혜영ㆍ문정복 의원 등도 포럼에 가입했다. “처럼회 의원들의 성향과 이 지사의 개혁 성향이 서로 맞아서 그런 것 아니겠냐”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영배ㆍ정태호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만큼 그 연속선상에서 문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전 대표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ㆍ일자리수석을 지내다 이낙연 대표 체제 민주당에서 정무실장ㆍ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이 전 대표와 장기간 호흡을 맞췄다.

지연-인연에 의한 합류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16일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 네번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손을 맞잡고 있다. 이들 중 이원택ㆍ김수흥ㆍ윤준병 의원(왼쪽 첫번째, 두번째, 다섯번째)이 초선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16일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 네번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손을 맞잡고 있다. 이들 중 이원택ㆍ김수흥ㆍ윤준병 의원(왼쪽 첫번째, 두번째, 다섯번째)이 초선이다. 연합뉴스

출신 지역과 과거 인연을 고리로 지지 후보를 정한 초선들도 많다. 호남이 지역구인 민주당 초선 의원 중 김회재(여수을)ㆍ조오섭(광주북갑)ㆍ윤준병(정읍·고창)ㆍ이원택(김제·부안)ㆍ김수흥(익산갑) 의원 등이 호남 출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 전 총리를 가까이서 돕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다른 주자들 지지 요청도 있었지만, 고향에서부터 20년 넘게 이어진 인연을 고려해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 지역구를 둔 초선 문진석(천안갑)ㆍ이정문(천안병) 의원은 양승조 충남지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 의원은 양 지사의 지역구 청년위원장 출신이고, 문 의원은 양 지사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연보다 강한 업연(業緣)으로 캠프에 합류한 초선 의원도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겸 캠프 대변인 역할을 하는 윤영찬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동아일보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지난 27일 이광재 의원의 대선 출마 회견 행사에선 장철민 의원이 사회자로 나섰다. 장 의원은 홍영표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들은 모두 친문 의원들이 주축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의 회원이다.

與 대권주자별 지지 초선 의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與 대권주자별 지지 초선 의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남은 의원들도 결단 임박

확고한 노선이나 인적 관계가 없어도, 결단의 순간을 앞두고 자체 판단을 내린 초선 의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 지사 측에 합류한 한 초선 의원은 “‘빅3’ 중 누구와도 특별한 인연이 없어 고민했는데, 기본소득 등 이 지사가 내세우는 철학을 보고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반면 마음 줄 곳을 정하지 못했지만, 선배 정치인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후보 지지 모임에 중복으로 가입한 초선들도 있다. 이 지사와 정 전 총리의 지지 조직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한 초선 의원은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양다리를 걸쳤다”며 “진짜 지지할 후보는 조금 더 지켜봐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