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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까지 돈 푼다…文 "내년에도 확장재정 기조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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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재정지출의 속도 조절 시점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고려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급격히 악화하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설정했다. 경제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은 유지하면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확장재정을 요구하는 의견과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증가 폭이 작고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며 “아직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추가 재정투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재정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속도와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올해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방역과 경제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재정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겠다”고 했다. 관가 안팎에서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공식화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총 4차례에 걸쳐 총 6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임기가 끝날 때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나라 곳간이 버텨낼 수 있을지다.  정부는 2019년(9.5%)과 지난해(9.1%), 올해(8.9%)까지 3년 연속 예산 총지출을 전년보다 9% 내외로 늘려 편성했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증가율(3~5% 내외)의 두배 수준이다.

이에 문 정부 들어 올해 말까지 정부 빚이 약 330조원이나 급증하는 등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국가채무의 적절성을 따지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6%에서 올해 48.2%로 오른다.

문 대통령도 이를 고려해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 예산을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투입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위기를 맞아 한시적으로 추진하고 확대했던 사업들에 대한 출구전략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마련한 재정준칙이 2025년부터 계획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길 당부한다”며 “재정 건전성도 함께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이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3%라는 기준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재정운용 규범이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은 수치상 6%에 근접한 수준으로 내리고, 2023년ㆍ2024년에는 증가율을 더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확장 재정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기재부는 이번에도 한발 물러서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이 정해진 것일 뿐,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 같은 구체적인 수치는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며 “한시적으로 증액된 사업을 재검토하고, 사업 우선순위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재원을 재배분하는 방안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도 정부가 확장 재정을 계획한 것을 두고 “재정 건전성 부담을 다음 정권에 미루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문 정권에서는 사상 유례가 없는 돈 풀기 정책을 5년 임기 내내 펼친 셈”이라며 “예산은 한 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정부에 너무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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