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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법사위서 또 충돌…꼬여가는 국회 정상화 해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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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파행 산회됐다. 의원들의 고성과 심지어 물리력 행사까지 있었다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윤 원내대표의 말처럼 전날(26일)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대놓고 감정싸움을 벌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남국·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설전을 벌이면서 26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등의 강행처리를 놓고 다투는 여야 법사위원의 모습. 오종택 기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남국·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설전을 벌이면서 26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등의 강행처리를 놓고 다투는 여야 법사위원의 모습. 오종택 기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의 로펌 재직시절 수임료 문제를 방어하기 위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전관예우 의혹을 끄집어낸 게 발단이 됐다. 유 의원은 검사장 출신이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이 변호사 시절 의뢰인과 나눈 대화 음성이 담긴 녹취록을 틀었다. 유 의원은 곧바로 신상 발언을 신청해 “상대 의원을 범죄자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재차 발언을 신청하면서 사달이 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원장 대행으로 회의를 진행하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발언권 드리지 말라, 이러다 파행된다”고 했지만, 박 의원은 “형평성 때문에 한 번만 좀 드리겠다. 대신 (김 의원도) 정제되게 얘기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국민의힘에서 먼저 시작했다. 김학의 사건 얘기하면서 국민의힘에서 ‘수사받을 사람이 여기 있다’는 식으로 저를 얼마나 많이 거론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편에서 항의하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선 “눈 그렇게 크게 뜬다고, 그렇게 똑똑해 보이지 않으니까 발언권 얻고 얘기해 달라”고도 했다. 이 말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박 의원은 오후 7시경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후에도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이어갔고, 일부 의원은 몸싸움 직전에 이르렀다.

의도된 파행? 우연한 감정싸움?

사실 법사위 파행은 양당에서 강성 의원을 전진 배치하면서 예견됐던 일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경우, 김남국·김용민·이수진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경파 의원이 배치된 상황에서, 최근엔 간사까지 속도조절론자인 백혜련 의원에서 강경파 박주민 의원으로 교체됐다. 국민의힘도 전주혜·조수진 등 전투력이 높은 의원들을 포진시켰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왼쪽)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박주민 위원장 직무대행과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왼쪽)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박주민 위원장 직무대행과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전날 인사청문회가 다시 열리지 못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정회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용민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에선 ‘당사자 간 사과’ 또는 ‘간사 간 유감 표명’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김 의원은 “제 발언 중 저쪽에서 먼저 부적절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혼자 사과할 순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초유의 감정싸움 파행을 일으킨 양당 법사위원들은 이날도 말다툼을 이어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당의 많은 분들이 인사청문회장을 야당 의원 비난의 장으로 만들었다. 애초부터 인사청문회를 파행시키겠다는 정략과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다툼이 있었던 전례가 많은데, 자주 있었던 일 갖고 청문회 자체에 아예 안 들어와 버린 건 처음 봤다”고 반박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로부터 재송부 요구가 오는 대로 우리 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행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청문회 파행 사태를 촉발시킨 민주당이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요구하며 차수 변경에 합의하지 않은 것은 결국 ‘검수완박’을 위해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 모두 부적격자인 김오수 검찰총장 만들기를 완성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여당 단독으로 이뤄질 경우, 당분간 국회 전체 일정 파행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당이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직 문제로 오랫동안 힘겨루기를 벌인 상태에서, 전날 국민의힘·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이 ‘특별공급 악용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 반환은 물론 ‘특별공급 국정조사’에도 반대하고 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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