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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용 방, 영업용 방 따로…유흥주점 '공간 쪼개기' 신공[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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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제한 시간을 넘겨 한밤중까지 영업을 이어가던 서울 강남의 무허가 유흥주점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 지하 1층 주점에서 심야 영업을 한 업주 2명과 직원, 손님 등 총 18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집합금지) 혐의로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유흥주점으로 운영돼 업주들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공간 두 곳으로 쪼개고, 비밀통로도 설치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예약한 손님의 신원 확인하는 수법으로 은밀하게 영업하던 경기 안산시의 한 유흥주점. 경기남부경찰청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예약한 손님의 신원 확인하는 수법으로 은밀하게 영업하던 경기 안산시의 한 유흥주점.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업주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70평 규모의 A구역과 130평 규모의 B구역으로 공간을 쪼갠 뒤, 중간에 방음장치가 된 쇠문을 설치했다. 이들은 B구역에서 주로 영업을 하다가 경찰이 출동하면 A구역을 보여주며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행세했다. 그러다 경찰이 B구역을 발견하고 출입문을 개방하려고 하면 옆 건물과 연결된 비상대피통로를 이용해 손님과 종업원을 대피시키는 방식으로 업소를 운영해왔다.

지난 22일 첩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먼저 A구역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들을 적발했다. A구역은 평소 운영을 잘 안 하지만, 이날 손님이 많아 A구역에도 한 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내부를 수색하던 도중 비밀통로를 발견했고, 해당 통로로 이어지는 옆 건물에서 숨어있던 손님들을 붙잡았다. 이 업소는 지난 19일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적발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9일 단속 때 구역을 나누어 영업한다는 건 알았는데, 공간이 워낙 어둡다 보니 비밀 통로는 이번 단속 때 처음 발견했다”고 밝혔다.

업주들 “벌금은 얼마든지 내겠다” 베짱 영업

경찰에 적발된 업주들은 허가나 신고가 되지 않은 업소를 인수해 상습적으로 불법 영업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건물주는 이들이 5월에 리모델링을 한 뒤 정식 허가를 받아 6월부터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경찰은 비밀 통로가 만들어지고 이용된 경위를 살펴, 건물주에게 건축법 위반 등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흥주점의 경우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손님까지 처벌을 받지만, 무허가 유흥주점의 경우 업주만 처벌받는 점을 이용해 고객관리를 하기도 했다”며 “벌금은 얼마든지 (업주가) 내고 영업을 하겠다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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