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와 '영끌'이 일군 씁쓸한 기록, 가계빚 1765조 돌파

중앙일보

입력 2021.05.25 12:00

업데이트 2021.05.25 19:10

송재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1년 1/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송재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1년 1/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올해 1분기 가계 빚이 1765조원을 기록했다. 이른바 '영끌'과 ’빚투'에 따른 빚 증가세가 이어진 여파다. 다만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증가 폭은 전 분기보다 줄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한 증가율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과 커지는 물가 상승 압력속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 빚으로 인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들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말보다 37조6000억원(2.2%)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대부업체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외상 구매액(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전반적인 가계 빚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1분기 가계신용 증가 폭(37조6000억원)은 전 분기(45조50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그러나 1년 전(1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크게 확대됐다. 역대 1분기 증가 규모와 비교하면 사상 최대다.

특히 가계신용 잔액은 1년 전보다 153조6000억원(9.5%)이 늘었다. 전년동기대비 기준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주택 매매와 전세거래 자금 수요가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와 주식투자 수요가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빚투와 영끌 속 1분기 가계빚 1765조원 증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빚투와 영끌 속 1분기 가계빚 1765조원 증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분기 가계대출(1666조원)은 전 분기보다 34조6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보다 20조4000억원 증가한 931조원을 기록했다. 증가 폭은 전 분기(20조2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물량이 다소 줄었지만, 전세거래량이 늘면서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8만호로, 전 분기(35만호)보다 감소했다. 반면 전국 주택 전세거래량은 34만7000호로 전 분기(31만2000호)보다 증가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은 전 분기보다 14조2000억원 늘어 735조원을 기록했다. 증가 폭은 지난해 4분기(25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송 팀장은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와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관리 노력으로 전 분기에 비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기타대출의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고 말했다.

판매신용은 전 분기보다 3조1000억원이 늘어난 99조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2000억원) 감소세를 딛고 증가 전환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부진이 완화됐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가계 빚이 1765조원을 넘어서며 통화정책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모습. [사진 한국은행]

가계 빚이 1765조원을 넘어서며 통화정책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모습. [사진 한국은행]

가계 빚이 1765조원에 이르며 통화정책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지난달 수출은 10여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이는 등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심리도 5개월 연속 개선되며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논의를 시사하는 등 통화완화정책 기조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을 두고 고민해야 하지만, 늘어난 가계 빚으로 인한 금융 불안이 변수다.

때문에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선이 쏠린다.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향후 금리 조정을 암시하는 신호가 나올지 여부를 둘러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전히 빠른 가계 빚 증가 속도로 금융불안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통위가 기준금리 산정 등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생겼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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