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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인터뷰 기자 "억울"…마이클 잭슨도 거짓말로 낚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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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을 속여 인터뷰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마틴 바시르 전 BBC 기자. 로이터=연합뉴스

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을 속여 인터뷰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마틴 바시르 전 BBC 기자. 로이터=연합뉴스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 생전인 1995년, 문서 위조 등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전직 BBC 기자 마틴 바시르(58). 그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은 후회한다"면서도 "다이애나의 인생에서 벌어진 일들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에도 영국 정치권까지 BBC의 쇄신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틴 바시르 “다이애나와 친구로 지내”

1995년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마틴 바시르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BBC 캡쳐]

1995년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마틴 바시르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BBC 캡쳐]

바시르의 해명은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다이애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애나의 인생에서 벌어진 많은 일의 책임이 나에게만 있다는 지적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방송이 나간 뒤에도 다이애나와 친분이 두터웠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96년 자신의 부인이 셋째 아이를 출산하는 날 다이애나가 병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고, 이후 부인이 흉막염에 걸렸다는 소식에 다이애나가 직접 편지를 써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응원해줘서 늘 고맙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영국 왕세손은 "BBC의 잘못으로 어머니가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시달렸단 사실이 슬프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AP=연합뉴스

윌리엄 영국 왕세손은 "BBC의 잘못으로 어머니가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시달렸단 사실이 슬프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AP=연합뉴스

바시르는 자신에게 분노한 다이애나의 두 아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에게는 사과했다. 다만 “두 사람에게 미안하다”면서도 인터뷰 때문에 다이애나가 편집증과 고립에 시달렸다는 윌리엄 왕세손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95년 11월 BBC ‘파노라마’에서 방영된 바시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는 남편인 찰스 왕세자가 결혼 뒤에도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을 이어가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바시르가 당시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이애나 측에 위조된 문서를 제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BBC 의뢰로 퇴임 대법관 존 다이슨 경이 조사한 결과, 바시르가 당시 가짜 은행 명세서를 제시하며 “영국 왕실이 다이애나 관련 정보를 캐기 위해 돈을 쓴다”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틴 바시르 누구?…말실수 등 논란  

다이애나 인터뷰로 명성을 얻은 마틴 바시르(가운데)는 2003년 마이클 잭슨 인터뷰에도 성공했다. 2005년 잭슨의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다이애나 인터뷰로 명성을 얻은 마틴 바시르(가운데)는 2003년 마이클 잭슨 인터뷰에도 성공했다. 2005년 잭슨의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 태어난 파키스탄 이민 2세인 마틴 바시르는 다이애나와 인터뷰하기 전까진 그리 유명한 언론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과 4년 차 기자가, 유명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도 실패한 인터뷰에 성공하자 큰 명성을 얻었다. 이후 영국 ITV와 미국 ABC, MSNBC에서 앵커로도 활동했다.

그는 ITV에서 일하던 2003년, 마이클 잭슨과의 인터뷰도 성사시켰다. 하지만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마이클 잭슨에게 “유엔(UN) 사무총장과 함께 아프리카 아이들을 만나는 일정을 잡아놨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바시르는 말 실수로 종종 구설에 올랐다. 그는 2008년 아시아계 미국인 기자협회 행사에서 “연설은 아름다운 여성의 드레스와 같아야 한다”며 “중요한 부분은 커버하면서도 흥미를 유지할 만큼 짧기도 해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2013년엔 미국 공화당 정치인 세라 페일린에게 “멍청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MSNBC를 나왔다.

커지는 파장…하원, 청문회 개최 전망  

마틴 바시르가 다이애나 인터뷰를 성사시켰을 당시 뉴스담당 대표를 맡았던 토니 홀 전 BBC 사장. AFP=연합뉴스

마틴 바시르가 다이애나 인터뷰를 성사시켰을 당시 뉴스담당 대표를 맡았던 토니 홀 전 BBC 사장. AFP=연합뉴스

파문이 커지면서 영국 정치권에서도 BBC에 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하원 디지털·문화·미디어 위원회가 BBC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청문회가 열리면, 다이애나 인터뷰 당시 BBC 뉴스담당 대표를 맡고 있던 토니 홀 전 BBC 사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도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BBC는 가능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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