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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고 야구부의 역사적 하루…류현진-최지만 명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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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토론토 류현진 [USA 투데이=연합뉴스]

탬파베이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토론토 류현진 [USA 투데이=연합뉴스]

인천 동산고등학교 야구부는 1945년 창단했다. 고교야구 초창기부터 명문 팀으로 기틀을 다졌다. 전국대회에서 11회 우승했다. 2006년엔 창단 이래 가장 유명한 졸업생을 배출했다. '괴물'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류현진은 프로 입단 첫해부터 7년간 KBO리그를 지배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다시 최고 투수로 성장했다.

동산고 정문은 2016년 조성된 '류현진 야구 거리'의 출발점이다. 학교 인근에는 '류현진 거리'라는 이름의 버스 정류장도 있다. 동산고 담장을 따라 류현진의 핸드프린팅, 조형물, 사인볼, 유니폼, 기념품, 고교 시절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류현진의 모교'라는 타이틀은 동산고 야구부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훈장이다.

2021년 5월 24일(한국시각). 동산고 야구부는 또 한 번 기념비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류현진이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MLB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탬파베이 소속인 또 다른 동산고 졸업생 최지만(30)이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동산고 4년 선후배 사이인 둘의 빅리그 투타 맞대결이 처음으로 성사됐다.

팽팽한 승부였다. 2회 초 첫 타석에선 류현진이 2루수 땅볼로 가볍게 최지만을 잡아냈다. 4회 초 2사 1루 두 번째 대결에선 최지만이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2루타로 응수했다. 류현진의 전매 특허인 체인지업을 밀어쳐 큼직한 타구를 만들었다. 류현진이 MLB에서 한국인 타자에게 맞은 첫 장타였다.

탬파베이 1루 주자 마이크 브로소는최지만의 타구가 펜스 바로 앞까지 향하는 걸 보고 홈까지 내달렸다. 류현진의 실점 위기였다. 이때 토론토 수비가 에이스를 도왔다. 중견수-유격수-포수로 이어지는 깨끗한 중계 플레이로 브로소를 태그아웃 시켰다.

둘은 또다시 주자를 둔 6회 초 2사 1·2루에서 마지막으로 맞닥뜨렸다. 선배 류현진은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최지만에게 바깥쪽 직구(시속 147㎞)를 던져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류현진이 기록한 최고 구속이다. 동산고 선후배의 첫 맞대결 성적은 3타수 1안타 1삼진. 일단 선배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류현진은 경기 후 "한국 선수들끼리 MLB에서 맞대결하는 건 좋은 일이다. (최)지만이와 처음 상대했는데, 특별히 다를 거 없이 준비한 대로승부했다. 내가 잡기도 하고 안타도 맞으면서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며 웃었다.

류현진에게는 고교 후배와 대결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었다. 토론토의 연패 탈출이다. 늘 그랬듯 에이스 역할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7회 2사까지 버티면서 이적 후 가장 많은 공 107개(종전 100개)를 던졌다.

안타 8개를 맞았지만, 실점도 최소화했다. 1회 초 2사 2루에서 마누엘 마르고트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한 뒤 5회 초 프란시스코 메히아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얻어맞은 게 전부다. 6와 3분의 2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토론토는 이기지 못했다. 8회 말 랜덜그리칙의 중월 2점포로 리드를 잡았지만, 불펜이 9회 초 볼넷 5개를 남발하면서 4실점 했다. 4-6 역전패. 5연패 수렁에 빠졌다. 반면 탬파베이는 파죽의 10연승 행진을 계속했다.

류현진은 "시즌 초 선발 투수들 부상이 이어져서 불펜 부담이 컸다.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100개를 넘는) 투구 수는 문제없었다. 우리 팀 투수와 야수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몇 경기를 더 치르면 다시 상승세를 탈 계기가 올 거라고 믿는다"며 동료들에게 힘을 실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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