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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어린이·어르신 위한 건강관리법, 성인 기준과 달라야 효과 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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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노인은 건강관리 측면에서 특수성을 띤다. 의학적으로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며 노인은 성인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아이는 성장과 발달 과정 중에 있고 일부 신체 기관이 미숙한 데다 질병에 버티는 힘이 성인보다 약하다. 노인은 노화가 거듭되면서 일반 성인보다 생체 기능이 떨어지고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들은 평소 생리적 특성과 건강의 취약점을 두루 고려한 식이·운동 요법과 수면 습관을 따라야 현명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어른의 축소판 아닌 소아·청소년

 소아·청소년의 건강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성인과 가장 큰 차이는 발육 과정 중에 있다는 점이다. 신생아는 대략 3㎏ 전후인데 1년 이내에 세 배인 10㎏까지 증가한다. 일생 중 가장 발육 속도가 빠른 시기다. 그러다 여자 만 11~13세, 남자 13~15세에 이르면 성적 성숙기에 접어들어 발육이 또 한 번 두드러진다. 성장과 발달 과정 중에는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건강관리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영유아는 항체 생성 능력과 같은 후천성 면역 기능이 가장 떨어지므로 감염에 취약하다. 이로 인해 감기나 편도선염, 장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에 노출되기 쉽다.

신체적 약점 고려한 전략 필요 #여자 11~13세, 남자 13~15세 #성적 성숙기엔 발육 신경 써야 #나이 들수록 생체 기능은 떨어져 #원활한 보행·신진대사에 관심을

영양 밀도 높은 식품, 다양한 조리법 활용

출생 후 1년까지는 성장이 생애에서 가장 왕성할 때라 단백질과 칼슘, 철분 등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이때 영아의 단위 체중당 에너지 필요량은 성인에 비해 높아 수유만으로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이유식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이유식 섭취는 씹고 삼키는 훈련도 돼 아기의 올바른 식습관을 이끌어 줄 수 있다. 만 1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신체 활동량이 늘고 두뇌가 발달하는 시기다. 그러나 성장률이 전보다 둔화하면서 식욕 역시 다소 준다. 이땐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을 먹이고 한 끼를 되도록 다양한 식품으로 구성한다. 같은 음식이 반복되면 싫증을 느끼기 쉬워 조리법과 식재료에 다양한 변화를 준다. 학령기·청소년기에는 신체적·정신적·심리적 발달과 성숙이 이뤄지므로 균형 있는 영양 공급이 중요하다.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고열량·고지방 식품은 피하는 대신 영양소가 고루 담긴 식단을 규칙적으로 챙기고 과일·유제품을 간식으로 먹도록 한다.

사춘기부터 유산소·근력 운동 병행

적절한 신체 활동은 성장과 발달의 부스터 역할을 하고 질병 예방과 정서적 안녕에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3~4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의 종류는 가능하면 유산소 운동과 발을 땅에 딛고 하는 구기 종목이 좋다. 그러나 체중이 많이 나갈 경우 수영이나 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도 괜찮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는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을 병행해 준다. 아령이나 모래주머니를 이용한 운동이나 팔굽혀펴기 등이 대표적이다. 운동 전후에는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한다. 운동은 밥을 먹고 1~2시간 지난 후에 하는 것이 좋으며 잠들기 전엔 하지 않는다.

잠버릇 걱정되면 수면 일기 써 의사와 상담

신생아는 저마다 다른 수면 패턴이 있어 부모는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잘 읽어야 한다. 아이가 졸려 하는 양상을 파악해 약간 깨어 있지만 졸린 상태에서 눕혀야 잠들기 좋다. 낮잠 잘 땐 전등을 켜두고 소음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며 밤에 잘 땐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 좀 더 긴 시간 잘 수 있도록 유도한다. 유아기엔 건강한 수면 패턴을 정립할 시기다.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취침하도록 하고 잠자리를 준비할 땐 안정감을 갖도록 애착 인형·담요를 이용한다. 잠들기 전 자녀의 요구 사항을 확인해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게 포인트다. 혹시 아이의 잠버릇이 걱정된다면 수면 일기를 작성해 의사와 상담하면 도움이 된다. 청소년기에는 몸이 피곤하거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게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생체리듬을 방해하지 않도록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인다.

성인과 동일시 힘든 기능 저하 노인 

나이가 들수록 노화하는 건 필연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체 기능이 떨어지고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운동 기능의 감소다. 특히 보행에 어려움을 겪으며 낙상의 위험에 노출된다. 사소한 질환에도 중증으로 악화하기 쉬우며 일반 성인보다 회복이 오래 걸리고 회복되더라도 예전 수준에 못 미친다. 영양분을 소화·흡수·활용·배출하는 능력도 감소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다. 그러면 심장·폐·간·신장 등 주요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병이 새로 생기거나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음식 색·풍미·형태 다양하게 밥상 차려야

나이가 들면 미각·후각 기능이 떨어지고 구강 상태가 불량해 입맛이 잘 돌지 않는다. 적은 양을 자주 먹는 식으로라도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보충한다. 곡류와 전분류는 생활에서 힘을 내게 하는 원동력이므로 부족하지 않게 먹고 식이섬유소는 노인 변비를 예방하고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된다. 따라서 흰밥·흰 빵보다 도정이 덜 된 잡곡밥·통밀빵을 먹도록 한다. 어르신들은 대개 부드럽고 달며 따뜻한 음식을 좋아하고 맵고 신 것을 싫어한다. 편식하지 않도록 생선·과일·콩·채소류, 살코기, 유제품을 고루 먹도록 식단을 구성한다. 색·풍미·형태가 다양한 음식을 차리고 밝고 환한 곳에서 식사해 식욕을 돋울 필요가 있다. 음식은 오래 두고 먹지 않도록 먹을 만큼만 만든다.

유산소·근력·유연성 운동 골고루 하도록

노인은 유산소·근력·유연성 운동을 고루 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 퇴행성 관절염이 있기 때문에 달리기·뛰기보다 걷기·수영·고정식 자전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다. 일주일에 5~6일, 한 번에 30~50분씩 하며 주관적으로 보통에서 약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의 강도가 알맞다. 평소 운동량이 적은 노인은 근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이므로 우선 다리나 몸통과 같은 큰 근육의 근력을 향상하기 위해 체중을 이용한 근력 운동인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뒤꿈치 들기 등을 한다. 근력 운동은 주 3회 이상, 한 번에 10~15회를 2~3세트 반복한다. 스트레칭은 관절 가동 범위를 넓게 확보하고 유연성을 강화하는 데 좋아 매일 3~5회 실시한다.

자는 시간 좀 늦더라도 새벽에 깨지 않게

노인의 약 40%가 수면 문제로 불편을 호소한다. 노년층에선 호르몬 분비와 대사에 변화가 생기면서 수면 유도 물질인 멜라토닌이 잘 생성되지 않아 수면시간이 다소 준다. 노인은 일주기 리듬이 일반 성인보다 조금 앞당겨져 있다. 오후 7~9시에 잠들고 8시간 후인 오전 3~5시에 깨는 식이다. 더 자야 할 시간인데 새벽에 일찍 깨 피로 해소가 잘 안 된다. 멜라토닌은 보통 깊은 새벽에 많이 분비된다. 새벽잠이 없는 편인 노인은 호르몬 분비가 더 원활하지 못해 갈수록 깊은 잠을 자기 힘들어진다. 이럴 땐 자는 시간을 조금만 늦춰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그러려면 되도록 낮잠을 피하고 낮 동안 활동적으로 지내야 한다. 체력에 문제가 없다면 졸리지 않을 땐 누워 있지 않는다. 과도한 카페인 음료 섭취, 밤에 물 마시기, 과식은 수면을 저해하므로 자제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도움말=김주영 대전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이윤환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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