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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면적 줄이자 대박 쳤다, '더 현대' 월매출 1000억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백화점이 있다. 개점하고 매월 한 달에 1000억 원어치가 팔리는 백화점이다. 올해 매출 목표(7000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가 유독 이곳과는 멀어 보인다. 지난 2월 24일 서울 여의도에 개점한 ‘더 현대 서울’의 이야기다. 사람들로 붐비는 더 현대 서울을 두고 해외 유명 잡지(모노클)에서는 유통업의 부활을 말한다. 점포 안에 숲과 인공폭포를 들여놓는 등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디자인 덕분이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경기도 화성시의 동탄점 개점을 미루고, 내부 인테리어에 한 번 더 힘을 주고 있다. 이른바 ‘더 현대 서울 효과’다.

[잡썰11] 현대백화점 김도윤 인테리어팀장

지난 2월 개점한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내부. [사진 현대백화점]

지난 2월 개점한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내부. [사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영업매장은 49%만 채워    

사실 더 현대 서울의 전체 면적은 축구장 13개(8만9100㎥ㆍ2만7000평) 정도로 서울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축이다. 그중 영업이 가능한 면적은 49% 정도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의 영업면적(65%)보다 15%가 적다. 아직 백화점 업계에서 넓은 영업면적은 성공 방정식으로 통한다. 영업공간을 줄이고, 비움을 극대화한 더 현대 서울의 공간을 꾸민 남자. 김도윤(37) 현대백화점 인테리어 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김 팀장은 아모레퍼시픽과 현대자동차를 거쳐 지난 2018년 11월 현대백화점에 합류했다.

지난 12일 만난 김 팀장은 ”건축이 완성된 다음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 제 업무“라고 소개했다. 사실 그의 업무 범위는 단정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공간을 꾸미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백화점 한 층의 평균 영업면적은 3960㎡(1200평 가량)가 보통이다. 그런 공간을 수직으로 7~8개 층 정도 쌓으면 백화점이 된다. 더 현대 서울의 가로 길이는 100m가 넘는다. 지하 2개 층, 지상으로는 6개 층에 그런 공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다. 그는 "수직적 이동의 성격이 강했던 기존 백화점을 넘어 수평적 구조로 생각하는 방식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백화점에 층마다 강한 컨셉트를 입혔다. 예를 들어 더 현대 서울의 5층의 컨셉트는 ‘사운드 포레스트(건강한 숲)’다.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 사이에 숲을 넣었다. 새소리가 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백화점 김도윤 인테리어팀장.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김도윤 인테리어팀장. [사진 현대백화점]

개점 후 월 매출 1000억 행진 중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지은 백화점의 가운데를 뻥 뚫린 공간으로 내버리다 시피한 것도, 거기에 폭포를 넣은 것도, 그런 비움을 위함이다.
역설적으로 비움은 효과가 컸다. 성과는 매출이 입증했다. 더 현대 서울은 개점 이후 6일간 약 370억원, 한 달 동안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도 온라인에선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도 “좋은 공간이다. 해외에서도 이런 공간이 많이 없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가 공간을 꾸미는 아이디어를 찾는 곳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든다. 끊임없이 여행을 다니고 웹 서핑을 한다고 했다. 그것도 일이 아니라 좋아서 한다. 그는 “새로운 공간을 보는 일이 너무나 즐겁다”고 했다. 김 팀장이 현대백화점으로 직장을 옮길 때, 현대백화점그룹은 인테리어 팀을 신설하며 그의 이직에 화답했다. 현재 9명의 전문가가 그의 팀에서 일한다. 비교적 보수적인 분위기인 백화점 업계에선 파격이다. ‘공간을 꾸미는 일’이란 결국 머릿속 구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현대백화점 김도윤 인테리어 팀장. 백화점 전층을 각각 다른 컨셉트를 가진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김도윤 인테리어 팀장. 백화점 전층을 각각 다른 컨셉트를 가진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 현대백화점]

더 현대 서울의 성공으로 유명해졌지만, 굵직한 공간만 챙기는 건 아니다. 99㎡(30평)짜리 의류 매장을 리뉴얼하는 일부터 평소에도 30가지 가까운 프로젝트가 늘 그에게 주어진다. 공간에 손을 대는 일. 그래서 매출이 늘어나고, 그 공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일. 그게 그의 업무다.  김 팀장에겐 꿈이 있다. 그는 ”작은 공간이라도, 누구나 머물고 싶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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