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후 미국 정부가 코로나 경제대책의 하나로 발행한 지원금 수표를 잘못 우송 받은 일본 노인들이 속출한 가운데 이번에는 이들 중 일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편지를 받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도쿄 신주쿠구에 거주 중인 한 남성(86)의 자택에는 지난 19일 미국 국세청(IRS)으로부터 영어로 된 편지가 도착했다.
봉투에는 편지 한장이 들어 있었으며 위에는 '백악관(THE WHITE HOUSE WASHINGTON)', 뒷면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과 사인이 적혀 있었다.
그는 순간 '미국 대통령한테서 왜 편지가 왔나' 하고 당황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달 아내와 자신에게 온 액면가 1400달러(약 157만원)짜리 수표가 생각났다.
이때는 수표에 적힌 '경기 부양 지원금(ECONOMIC IMPACT PAYMENT, 코로나 재난 지원금에 해당)'이라는 글자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것이 미국에서 코로나 지원금을 받기 위한 수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19일에 받은 편지에는 지원금 수급에 차질이 없게 주의를 재촉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미 국민에게 지원금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편지를 받아보고 1주일 이내에 수표가 도착하지 않으면 IRS에 문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수표가 도착한 뒤 이 남성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아사히신문에 "편지에는 문의 전화번호도 나와 있지만, 국제전화를 걸어 확인하기는 번거롭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수표를 받은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의 한 남성 집에도 19일 편지가 도착했다. 그는 "느닷없이 수표가 오고 이번에는 대통령 편지까지 왔다"면서 "사정을 잘 몰라 둘 다 보관해둘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미국 정부가 발행한 수표와 편지가 최근 일본 노인들에게 배달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해외 연금 상담 센터에 따르면 수표나 바이든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일본인 중에는 과거에 일하기 위해 미국에 살고 있었을 때 사회 보장세를 지불했던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치카와 슌지 해외 연금 상담 센터 대표는 "미국에서 속도감 있게 코로나 지원금 수표를 발행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대상자가 아닌 사람에게 잘못 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사회 보장국에 따르면 해외 거주자이면서 미국 연금을 받는 사람이 가장 많은 국가는 캐나다로 11만명이고 그 다음이 일본으로 9만 명이다. 주로 일본 기업 주재원 출신들이 많다.
이치카와 대표는 "만일 자신이 지원금을 받을 대상이 아닌데도 수표를 환전했다면 나중에 조사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이 지나면 수표는 효력을 잃는다"면서도 "만일 잘못 받았을 경우는 수표에 VOID(무효)라고 써넣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IRS에 반송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