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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이길까, 김한별이 이길까…''메타버스'로 감상하는 퍼팅 싸움

중앙일보

입력

페이스북은 지난달 원격 협업 플랫폼인 '스페이셜'(Spatial)을 활용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페이스북코리아]

페이스북은 지난달 원격 협업 플랫폼인 '스페이셜'(Spatial)을 활용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페이스북코리아]

제주도에 있는 핀크스 골프장 18번 홀. 김한별 프로가 퍼팅 자세를 잡자 TV 화면 위로 가상의 퍼팅 라인이 그려졌다. 인공지능(AI)이 김 프로의 자세를 분석해 성공 가능성이 큰 퍼팅 라인을 예측해 보여 준 것이다. 이어 김 프로가  퍼팅을 하자 AI가 예측한 퍼팅 라인 위로 실제 공의 궤적이 표시된다. 다음 달 10일 개막 예정인 ‘SK텔레콤 오픈 2021’ 대회 중계를 통해 시청자가 보게 될 장면이다.

골프 중계에 메타버스 기술 적용 

SK텔레콤은 다음달 열리는 골프 대회의 TV 중계에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한다고 20일 밝혔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실감 미디어 기술을 말한다.

SKT는 카카오VX와 공동으로 AI 미디어와 3차원(3D) 그래픽을 활용한 중계 기술을 개발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가상의 3D 공간에서 볼 낙하지점과 볼 궤적, 비거리, 남은 거리, 샷 분포도 등의 각종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런 ‘메타버스 중계’는 7ㆍ13ㆍ18번 3개 홀에서 볼 수 있다.

SKT 측은 “레이다(Radar)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선수의 티샷 궤적을 실감 나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AI 기술을 통해 초당 30프레임인 선수들의 스윙 동작을 120프레임으로 쪼개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이재광 SKT 미디어사업지원 그룹장은 “가까운 미래엔 경기 현장의 프로 골프 선수와 스크린 골프장의 골프 애호가들의 동반 경기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5분 VR, 한 달 10GB 데이터 소진 

SKT모델이 ‘점프 버추얼 밋업’ 앱을 활용해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에 참여하는 모습. [사진 SK텔레콤]

SKT모델이 ‘점프 버추얼 밋업’ 앱을 활용해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에 참여하는 모습. [사진 SK텔레콤]

이동통신사가 ‘메타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고객이 고가의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해야 이익이 늘어나는 통신사 입장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는 데이터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킬러 콘텐트'다.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에 따르면 메타버스의 핵심 서비스인 가상현실(VR) 콘텐트의 데이터 소모량은 일반 동영상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같은 고화질(풀HD 1920X1080)의 동영상과 VR 콘텐트를 각 5분씩 스트리밍했더니 일반 동영상은 월 3GB의 데이터를 소진한 데 비해 VR 콘텐트는 10GB를 소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버스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SKT다. 지난달 열린 월드 IT쇼에서 SKT는 ‘5G 메타버스 시네마’ㆍAR 플랫폼인 ‘점프스튜디오’ㆍ모바일엣지컴퓨팅(5G MEC)이 적용된 메타버스 패션쇼 등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도 개최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직자들과 SKT 실무자들이 아바타 형태로 참여했다. SKT 측은 “구직자들이 아바타로 참여해 머뭇리지 않고 질문할 수 있었고, 장소와 관계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참여할 수 있어 편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3D아바타로 가상 공간에 만나 회의도  

SKT 점프 버츄얼밋업 내 메타버스 공간을 배경으로 제작된 스테이씨의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 SK텔레콤]

SKT 점프 버츄얼밋업 내 메타버스 공간을 배경으로 제작된 스테이씨의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원격 협업 플랫폼 개발 기업인 ‘스페이셜’과 손잡고 원격회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2D 사진을 이용해 간편하게 3D 아바타를 생성한 뒤 AR·VR글래스를 이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최대 10명이 참여할 수 있고, 스크린(동영상)이나 3D 그래픽을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시범 서비스 중으로,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은 쑥쑥 커지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ARㆍVR 시장이 2019년 455억 달러(약 51조원)에서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74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능데이터연구팀장은 “통신사들은 메타버스가 유행하기 전부터 ARㆍVR 등을 이용한 실감 콘텐트를 개발해왔다”며 “메타버스는 5G망 구축부터 기기ㆍ콘텐트를 모두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기 때문에 향후 통신사가 앞다퉈 생태계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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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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