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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미술품 기부, 새 기부 문화 물꼬 틔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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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임 회장. 연합뉴스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임 회장. 연합뉴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68) 명예교수가 제10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에 추대됐다. 모금회는 2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사회복지 전문가인 조 교수를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조 회장은 25일 취임해 3년간 회장직을 맡게 된다.

조흥식 신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인터뷰 #"코로나19 블루 심각, 서비스 내놓겠다" #"참여연대 출신 덕본 게 아니냐" 질문에 #"기부금 배분 전문 능력 평가 받았을 뿐 # 자리 탐해 움직이지 않고, 그런 인생 살지 않아"

1999년 설립된 모금회의 수장을 사회복지 전문가가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종교계·법조계·재계 출신 저명인사들이 맡아왔다. 명망가를 내세워 기부금을 좀 더 수월하게 모금하기 위해서다.

조 교수는 2014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을 맡은 시민단체 출신이기도 하다. 참여연대가 현 정부의 요직을 많이 차지했는데, 이번에도 그 연장선일까. 조 교수는 "모금회 탄생에 기여하고 10년간 배분위원장·기획홍보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한 점, 복지 전문가의 노하우와 현장 경험이 회장 선임의 배경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 교수는 최근 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맡았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공동회장, 서울대 교수협의회회장,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의장,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 일문일답.

회장 선임 배경이 뭐라고 보나.
모금회 설립 이후 모금이 잘 되게 하기 위해 저명인사가 회장을 맡았다. 복지계 출신은 주로 부회장을 맡았다. 이제는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복지가 중요한 시기다. 복지국가를 논하게 됐고, 기업도 자연스럽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연대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복지의 전문성, 현장 경험, 모금회 활동 전력 등이 회장 선임의 배경이라고 생각된다.
모금회와 관계가 깊나.
99년 모금회 설립 때부터 기여했다. 배분분과 부위원장을 하다 위원장 4년, 기획홍보분과위원장 2년을 했다. 10년간 모금회의 설립과 안착을 도왔다. 고생이 적지 않았다. 23년 만에 회장으로 돌아왔다.
어떤 일에 집중할 것이냐.
복지는 국가만으로는 안 된다. 국가 복지는 제도와 법률이 뒷받침해야 가능하다. 신속하게 움직일 수 없고, 뭔가 하고 싶어도 제때 못한다. 민간복지는 다르다.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모금회는 민간복지 기구이다. 국가 복지를 보완하며 민관 협력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데 집중하겠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너무 낮다.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여유 있는 사람이 기부하고, 나중에 본인이 힘들어지면 되찾아가면 좋다. 인간의 이타주의, 호혜성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손길들이 이어지며 '사랑의 온도탑'이 눈금이 또다시 100도를 넘어 114.5도를 기록했다. 사진은 2월 1일 오후 서울광장 앞 사랑의 온도탑 모습.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손길들이 이어지며 '사랑의 온도탑'이 눈금이 또다시 100도를 넘어 114.5도를 기록했다. 사진은 2월 1일 오후 서울광장 앞 사랑의 온도탑 모습.연합뉴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기부가 늘었다는데.
한국인은 어려울수록 남을 도우려는 심성을 갖고 있다. 빈부격차,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모금회가 할 일은.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심각하다. 체면 때문에 잘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블루 현상이 심각하다고 본다. 돈을 주는 복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코로나 블루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에 신경 써야 한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부를 어떻게 보나.
사회적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본다. 나눔의 이미지를 확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회장이 기부한 미술품도 의미가 크다. 외국에 가면 지역마다 큰 미술관이 있다. 이 회장 같은 분들이 내놓은 것들이다. 미술품 기부를 통해 마음을 통합시키는 역할을 할 거다. 이 회장이 이런 문화 확산에 물꼬를 틔웠다. 
현 정부에서 참여연대 출신이 좋은 자리를 많이 가져갔다. 이번에 그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전혀 관계없다. (모금과 배분의) 전문성과 경험을 평가받았다. 모금도 중요하지만 돈을 엄정하게 배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분야의 전문성 면에서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한다. 또 복지계에서 복지 출신 회장의 필요성을 많이 주장한 것 같다. 나는 어떤 자리에 가기 위해 (여기저기에 선을 대려고) 움직이지 않는다. 인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다. 학자로서 명예와 노하우가 나의 자산이다. (이번 자리가)정치적 배경에서 된 게 아니다. 모금회를 위해 10년 일했고, 가장 오랫동안 일 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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