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선 “철학이 빈곤하다”고 , 김부겸 국무총리에겐 “무식한 척 한다”고 저격한다. 정세균 전 총리에게는 “도주” 딱지를 붙였다. 최근 여권 주요인사들을 향해 작렬하는 국민의힘 초선 윤희숙 의원의 매서운 말들이다.
19일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총리를 향해 “너무나도 무식한 척, 편가르기 표 계산에만 빠져있는 무책임 정치”라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지난 18일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란과 관련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집값이 오른 것은 어떤 형태든 불로소득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돼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임대소득자가 아닌 이상 자산가격이 올랐다고 매해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아온 집값이 올랐을 뿐 소득이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배려할 건가”라며 “‘집 팔아 세금 내고 아무 데나 이사가라’? 그게 정부가 자기 국민에게 할 소린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인 상당수는 소득과 자산을 실제로 구별하지 못하거나 구별하지 못 하는 척 한다”며 “그게 자신들 지지기반에 아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윤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와도 경제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가 주장한 ‘재산비례벌금제’에 대해 윤 의원이 “(비슷한 정책을 시행 중인)핀란드는 소득기준인데, 왜 재산기준이라고 거짓말을 섞느냐”고 저격하자 이 지사가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에게 한글 독해 좀 가르치라”고 맞받으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윤 의원은 “소득과 재산 구분 중요성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26일), “선별복지는 절대 반대, 선별 벌금은 공정하다는 건가”(28일) “하석상대와 인신공격으로 철학의 빈곤을 메꾸는 것”(1일)이라며 연거푸 날을 세웠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달 정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을 앞두고 사임하자 윤 의원은 “백신을 걱정하는 상대를 정쟁으로 밀어붙이며 호언장담했던 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추궁 당하며 실추될 이미지를 걱정했는지 (정부가)도주시켰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야권 내 ‘경제통’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선 “윤 의원만큼 아픈 곳을 잘 때리는 사람도 없다. 여당에서도 이렇다 할 반박이 안 나오니 더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중량감이 큰 인물을 공격하면 자신의 몸값도 오르는 반사이익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두고 깊게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선 윤 의원이 초선 내에서도 인지도와 상징성이 큰 만큼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누구를 밀어주느냐에 따라 파급력을 더할 것이란 평가다. 윤 의원과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윤 의원 등 초선 그룹에서 초선 출마자들에게 100만원씩 후원금을 보내는 등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초선 가운데선 김웅·김은혜 의원이 당 대표 출마 결심을 밝힌 가운데 배현진·이영·조수진 의원 등이 최고위원에, 이용 의원이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할 예정이다.
나경원·이준석 20일 당 대표 출마선언
한편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선거 출마 회견을 할 예정이다. 나 전 의원은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민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출마를 공식화하기 전날인 이날 대구를 방문해 “우리 당(국민의힘)의 뿌리”라고 말하는 등 당심 공략에 나섰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
앞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될 시)대통합위원회와 미래비전위원회를 바로 출범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최근 불거진 ‘세대교체’, ‘도로영남당’ 논란을 의식한 듯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을 넘어 대선 승리의 노선과 방법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