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유리왕’ 1조 기부 소식에 마윈이 소환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차오더왕(왼쪽)과 마윈(오른쪽) [사진 신랑차이징, 왕이]

차오더왕(왼쪽)과 마윈(오른쪽) [사진 신랑차이징, 왕이]

중국의 ‘자동차 유리대왕’ 차오더왕(曹德旺)이 기술 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중국의 기술 인재 양성을 돕겠다며 100억 위안(약 1조 7500억 원)을 기부했다. 현지에서는 차오더왕의 애국적인 결정을 추켜세우는 한편, 자금과 학교 이름을 둘러싸고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 마윈이 설립한 후판 대학(湖畔大学 호반대학)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차오더왕 [사진 스줴중국]

차오더왕 [사진 스줴중국]

5월 2일, 푸야오 유리 그룹(福耀玻璃集团) 창업주 차오더왕은 100억 위안을 기부해 대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푸젠(福建)성 소재 푸야오 그룹은 세계적인 자동차 유리 공급 업체다.

푸야오 유리 차오더왕 회장, 기술 대학 설립 발표 #마윈이 설립한 후판대학과 비교하는 보도 이어져

대학교의 이름은 푸야오 과학기술대학(福耀科技大学), 정원 3000-5000명 수준의 규모로 이공계가 중심이 되는 학교다. 미중 기술 전쟁에서 중국의 약점으로 언급되는 이른바 ‘차보즈(卡脖子)’ 기술 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차보즈(卡脖子): 목 조르기, 차보즈 기술은 꼼짝 못하게 하는 핵심 기술을 가리킨다.

차오더왕 [사진 바이두바이커]

차오더왕 [사진 바이두바이커]

자수성가 기업가로 유명한 차오더왕은 기부왕으로도 유명하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20년 9월까지 차오더왕이 사회에 환원한 누적 금액은 120억 위안(약 2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일반 직장인 자녀도 충분히 진학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개인 자금을 투자해 학교를 설립한 뒤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차오더왕의 결정에 애국자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이 전부였던 것은 아니다. 곧 이어 ‘차오더왕 대학’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일단 대학 이름에 차오더왕의 이름을 넣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앞서 알리바바 마윈이 설립했던 후판 대학(湖畔大学)이 소환됐다. 차오더왕의 대학 역시 후판 대학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른쪽: 5월 10일 알리바이 데이에 모습을 드러낸 마윈 [사진 바이두바이커, 왕이]

오른쪽: 5월 10일 알리바이 데이에 모습을 드러낸 마윈 [사진 바이두바이커, 왕이]

지난 2015년, 마윈은 엘리트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후판 대학을 설립했다. 이번 차오더왕과 마찬가지로 현지 교육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막상 입학생 명단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실망감을 표했다. 두자릿수 소수 정예 구성원에는 이미 성공한 기업가들이 다수였고, 학비는 58만 위안(약 1억 원)에 달했다. “가진자를 위한 학교” “기업가 인맥의 장”이라는 평이 나왔던 이유다.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있다. 기부액 100억 위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중국 매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일류 대학의 초기 설립에 500억 위안 정도가 투입되고, 매년 운영비로 최소 100억 위안 정도가 필요하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칭화대(清华大学)와 베이징대(北京大学) 예산은 각각 310억 위안과 191억 위안이었다. 최고의 교수진을 채용하고 연구를 위한 실험실을 갖추려면 예산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후판대학 이름을 지우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사진 바이자하오]

후판대학 이름을 지우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사진 바이자하오]

차오더왕의 학교 설립 소식에 마윈이 소환된 것은 중국에서 그의 입지가 예전만 못한 탓도 있다. 최고의 비즈니스맨으로 각광받던 마윈은 당국의 눈밖에 난 이후 실리만 추구하는 장사꾼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그가 설립한 후판대학도 한때는 최고 기업가들의 장으로 각광받던 학교였다. 이번 차오더왕의 기부가 애국적인 결정이라고 칭송받는 것도, 설립 취지가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현 시국과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후판대학은 학생 모집을 중단했으며, 대학 명패의 이름을 지우는 사진도 인터넷에 등장했다. 지난 5월 17일에는 후판대학 웨이보 공식 계정 이름이 '후판창업연구센터(湖畔创研中心)'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마윈이 세운 후판대학의 수명이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