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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마오쩌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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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경진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주석의 위대하고 낭만적인 상상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 신중국의 기틀을 닦는 프로젝트 가운데 물관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치국은 치수가 우선이다.”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쩌둥을 낭만적 지도자로 치켜세웠다. 14일 황하의 물을 베이징으로 보내는 남수북조 후속 공정 좌담회에서다. 인민일보가 16일 자 1면 머리기사로 공개했다. 시진핑 주석의 마오쩌둥 인용이 잦아졌다. 올해 1월 11일 중앙당교에서 열린 장관급 간부회의에서도 마오를 인용했다.

“아무리 복잡·엄중·처참한 환경에 처해도 군사 지도자는 자신의 힘을 독립·자주적으로 조직해 사용해야 한다. 적에게 피동적으로 떠밀리는 일은 늘 발생한다. 빠르게 주동적 지위를 되찾는 게 중요하다. 만일 주동 위치를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은 곧 실패다. 주도하는 지위는 공상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물질적이다.”

지난 3년 미·중 관계를 연상시키는 지침이다. 마오가 1936년에 지은 『중국 혁명전쟁의 전략 문제』 중 ‘병력을 집중하는 문제’ 챕터에 나온다. 시 주석이 발언을 이어갔다.

베이징 중남해 정문 신화문 옆의 표어 “백전백승의 마오쩌둥 사상 만세”. 신경진 기자

베이징 중남해 정문 신화문 옆의 표어 “백전백승의 마오쩌둥 사상 만세”. 신경진 기자

“스스로 발을 딛고 서야 한다. 국내 대순환을 막힘 없이 잘 통하게 하여, 온갖 독이 침입할 수 없고(百毒不侵) 금강석처럼 부서지지 않을 금강불괴(金剛不壞)의 몸을 연마해야 비로소 국제 정세가 소용돌이쳐도 시종 패기 넘치게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다.”

시 주석은 무협 소설 속 무림 고수를 묘사하는 ‘백독불침과 금강불괴의 중국’을 주문했다. 1월 당교 연설 전문은 이번 달 1일 출판된 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실렸다. 오는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글로 주목된다.

시 주석의 마오 인용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 70주년 연설에도 등장했다. “첫 주먹을 잘 때리면 백 대를 피할 수 있다(打得一拳開 免得百拳來)”는 1950년 10월 27일 한·미·유엔 연합군과 첫 전투를 앞두고 내린 마오의 지령이었다.

베이징 자금성 서쪽 벽 옆으로 당 중앙과 국무원(정부) 소재지이자 당·국가 지도자의 집단 거주지인 중남해(中南海)가 자리한다. 정문인 신화문(新華門) 양쪽에는 ‘위대한 중국 공산당 만세’와 ‘백전백승의 마오쩌둥 사상 만세’라는 표어가 걸려있다. 열세를 극복하고 국민당을 물리쳤던 무패·무오류 신화의 상징이다.

창당 100년을 앞두고 천안문 광장에 누운 마오가 되살아나고 있다. 참고로 100년 정당 중공의 상대인 미국 민주당의 당령은 193세, 공화당은 167세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