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50배 성장한 'K-배터리'…글로벌 생태계 주도할 때

중앙일보

입력 2021.05.17 18:10

업데이트 2021.05.17 22:21

전기차

전기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 10년간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또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에도 한 발 앞서 현지 생산 기지를 건설했다. 더 나아가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현지 생산, 공급뿐만 아니라 재활용까지 배터리 선수환 생태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어테크가 미래다]②전기차 배터리

한국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Capacity)은 2011년 4.4GWh(기가와트시)에서 지난해 204GWh로 50배 가까이 늘었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이 50~70kWh라는 점에서 최대 전기차 4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 기업 특유의 속도전과 손기술이 빚어낸 결과다.

글로벌 현지화 생산 전략 성공적  

배터리 3사는 전기차의 생산기지를 쫓아가는 글로벌 현지화에서도 경쟁국을 압도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일찌감치 난징에서 배터리공장을 가동했고 GM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 오하이오 공장도 건설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각각 유럽시장을 겨냥한 헝가리 공장을 가동중이고 미국 진출도 선언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에 앞서 국내 업체들은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 발 빠르게 생산시설을 갖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차는 서비스 개념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세계 곳곳에 생산시설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현지에서 완성차업체와 소재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K-배터리가 시장에 맞춘 생산기지 구축에 이어 현지 업체와의 협력, 재활용까지 묶는 배터리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의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배터리 기반의 풀서비스인 바스(BaaS, Battery as a Service, BaaS)'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순환 생태계 주도해야  

배터리 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전기차에서 사용하다 분리한 배터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수율 75%(최대 충전량) 이하에서 분리되는데, 불량이 아니라면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 바이크·전기자전거·골프카 등에 얼마든지 다시 쓰일 수 있다. 전기차 외 e-모빌리티에서 수명을 다한 배터리는 비로소 분해(리사이클)돼 다시 양극재 소재로 쓰인다. 실제로 현대차·기아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재활용 업체 등은 컨소시엄을 꾸려 배터리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엔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에 관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택시 플랫폼 사업자는 차를 산 뒤 배터리 소유권은 리스 운영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박재홍 한국전기차산업협회장은 "75% 용량을 지닌 재사용 배터리를 신품 기준으로 140% 설치하면 새 배터리와 같은 용량을 갖는다"며 "전기차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배터리가 채택한 NCM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는 분해해 다시 소재로 다시 쓸 수 있어 귀한 소재"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전기차 '중고 배터리'는 약 24만대로 추산된다. 전체 전기차 중 약 8%가 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 배터리로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 세계서 약 3%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중고 배터리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한 2MWh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연합뉴스

현대차 울산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한 2MWh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연합뉴스

테슬라 등도 생태계 구축 움직임 활발  

중국 역시 배터리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배터리 교환형(스왑)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와 CATL 등은 과거 이스라엘 등이 시도했으나 실패한 배터리 스왑을 상용화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 555개의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이 설치됐다.
세계 1위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도 지난 3월, 차세대 배터리 전략을 발표하는 '파워 데이'에서 사용 후 배터리를 분해해 다시 소재로 쓰는 순환생태계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파우더 형태의 니켈·코발트 성분을 추려내 다시 양극재 소재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테슬라가 내세운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 배터리 재활용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기술의 한계에 따른 비용 문제로 폐기된 프로젝트였다. 아직까진 원료를 사다 쓰는 것보다 재활용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은 친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이런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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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바스(BaaS, Battery as a Service)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비즈니스. 전기차업체 배터리 임대를 시작으로 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배터리를 이용한 전력사업 등을 총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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