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산림 40% 맞먹어"…6조짜리 나무심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5.17 15:45

업데이트 2021.05.17 15:55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열린 산림청 벌목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열린 산림청 벌목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 "탄소 흡수량 부풀려져"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기존 조림지의 오래된 나무를 벌목(伐木)하고 30억 그루 나무 심기를 추진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30년 이상된 나무를 배어나고 그 자리에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앞으로 30년간 3400만t의 탄소를 흡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환경단체들이 “3400만t은 상당 부분 부풀려진 수치”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다.

산림청 2050년까지 30억 그루 심기 추진

17일 산림청과 국민의 힘 윤영석 의원 등에 따르면 산림청은 연간 조림 면적을 현재 2만3000㏊에서 3만㏊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간 벌목 규모를 목재 수확량 기준 500만㎥에서 800만㎥로 늘린다.

이를 놓고 윤영석 의원은 “산림청이 탄소 감축 효과도 크지 않은 조림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산림청은 지난 1월 30억 그루 나무심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3억 그루는 북한에, 1억 그루는 신규 조성한 도시 숲에 심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머지 26억 그루는 기존 숲을 베고 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림청은 토종 소나무와 잣나무 등은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백합나무 등 외래종 속성 수를 집중적으로 심겠다는 계획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이 17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 중 목재수확을 위한 벌채 등 일부내용과 관련해 대국민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최병암 산림청장이 17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 중 목재수확을 위한 벌채 등 일부내용과 관련해 대국민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30년간 나무 심기에 6조원 이상 들어 

이에 따라 강원도와 경북, 전남 등지 대규모 경제림 단지 내 수령 40~50년 된 나무를 베어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강원도 평창 등 일부 산은 벌목으로 민둥산처럼 된 상태다.

산림청 관계자는 “남한 산림 대부분이 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탄소 흡수능력이 떨어질 때가 됐다”며 “수확한 목재는 건축자재나 바이오매스 등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또 "벌목과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은 지금까지 해마다 해오던 사업"이라고 했다.

산림청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30년간 전국 경제림(234만㏊)의 38%에 해당하는 90만㏊에서 벌목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30억 그루를 심기 위한 벌채 규모는 3억 그루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벌목한 다음에는 수령(樹齡) 2년 정도의 어린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나무를 심는 비용은 ha당 670만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산림청은 전했다. 90만ha에서 벌채하고 새로 나무를 심을 경우 약 6조300억원이 든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2일 성명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산림에서 나무를 베어내겠다는 것은 탄소 중립을 빙자한 벌목 정책”이라고 했다. 또 “산림청이 제시한 2050 탄소 흡수량(3400만t)은 상당 부분 부풀려진 수치”라며 “산림청은 40~50년 동안 숲에서 자연 천이(遷移·식물 군집의 변화)가 이뤄져 다양한 나무가 혼재하고, 숲이 100년 이 상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무를 심은 지 40~ 50년 지나면 탄소흡수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내 인공림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로 알고 있다"며 "천연림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며, 또 나무의 탄소흡수량 감소 시점도 다른 주장이 있는 것 같으니 인공림뿐 아니라 천연림까지를 대상으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 살리는 게 탄소 중립에 최선"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사업 규모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조림보다는 원자력을 살리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용훈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나무가 탄소 흡수에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한 만큼 크지 않다”며 “현재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만 지어도 국내 산림의 40% 수준의 기능과 맞먹는 1800만t의 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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