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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성년의 날’…늘어난 청년 일자리 10개 중 7개 ‘알바’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5월 17일 성년의 날을 맞은 청년의 일자리 상황이 팍팍하다. 지난달 늘어난 청년 일자리 10개 중 7개가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직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2030 청년 일자리 숫자만 보고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일자리의 질이 나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는 괜찮다. 17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취업자는 38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7만9000명 늘었다. 2000년 8월 이후 20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고용률(43.5%)도 1년 새 2.6%포인트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기준시점에 따라 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위축하는 현상)’를 고려하더라도 2019년 12월 청년 고용률(43.8%)과 엇비슷하다.

하지만 속으로 곪았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지난달 청년 취업자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건 ‘임시직’ 근로자였다. 1년 전보다 12만5000명 증가했다. 청년 취업자 증가 폭(17만9000명)의 70% 수준이다. 임시직 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근로자다.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직업별로 봐도 단순 노무 종사자가 9만9000명 증가해 전체 직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단순노무직은 ‘몇 시간, 또는 몇십 분의 직업 내 훈련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한 단순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말한다. 건설 현장 노동자나 음식 배달원, 건물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실업자도 늘었다. 청년층 실업자는 42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2000명 늘었다. 통계청에서 분류하는 실업자는 조사 대상 주간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경우다. 청년 실업률도 10%로 1년 새 0.7%포인트 올랐다. 잠재 취업 가능ㆍ구직자까지 집계한 확장실업률은 25.1%다. 여전히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대별로 비교하면 격차가 더 두드러진다. 통계청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0~50대는 1년 전보다 실업자가 줄었지만 20대는 14.7%, 30대는 0.7% 각각 늘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4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고 분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 취업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계층 가운데 특히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기회가 확연히 줄었다”며 “신규 취업 문을 닫은 기업이 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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