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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맞바꿀 극상의 맛’ 임진강 봄철 진객 ‘황복’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임진강 봄의 진객 ‘황복’이 돌아왔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일대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황복이 서해에서 회귀하고 있다.
14일 파주시와 어민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수온이 올라가면서 황복이 본격적으로 잡히고 있다. 장석진 전 파주어촌계장은 “요즘 어선 한 척당 하루 평균 황복 14∼15마리를 잡고 있다”며 “이달 말 황복잡이가 절정을 이룬 뒤 다음 달 말까지 황복이 올라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잡히는 황복의 크기는 700∼800g 무게가 대부분이며 1㎏짜리도 더러 나온다.

황복은 임진강에서 부화한 뒤 서해로 돌아가 3∼5년 동안 길이 20~30㎝ 성어로 자란다. 이어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임진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은 뒤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회귀성 어종이다. 황복은 파주시 적성면 임진강 중류까지만 회귀한다. 일부는 한강 하구로 돌아가기도 한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주어촌계 민물고기 직판장’ 내 수조. 임진강에서 이날 오전 잡은 황복. 전익진 기자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주어촌계 민물고기 직판장’ 내 수조. 임진강에서 이날 오전 잡은 황복. 전익진 기자

극상의 맛이지만 맹독 성분 지녀  

황복은 일반 복과 달리 옆구리가 황금색을 띠어 이름 붙여졌다. 중국 송나라 대표 시인 소동파는 ‘하돈(河豚·강의 돼지)’이라고 부르며 그 맛을 극찬했을 정도다. 맛이 좋은 데다 배가 불룩해 하돈이라 이름 지었다.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죽음과 맞바꿀 맛’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극상의 맛이지만 맹독을 지니고 있어서 이렇게 비유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황복은 얇게 회를 뜨면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매운탕·지리로 요리하면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과 함께 쫀득한 황복의 식감이 그저 그만이다. 황복은 맹독인 테트로도톡신 성분이 알·피·내장 등에 포함돼 있다. 신경을 마비시켜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지 못하게 만들며 소량(0.2㎎)만 먹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해독제가 없어 2~3시간 안에 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복어조리 자격증이 있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만 섭취해야 안전하다.

황복알을 인공부화해 키운 황복 치어. 중앙포토

황복알을 인공부화해 키운 황복 치어. 중앙포토

한 마리 음식 가격 20만 원 선

황복 음식의 식당 판매가격은 한 마리(1㎏) 기준으로 20만 원 선이다. 수요보다 어획량이 적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사목리 등 임진강변 일대에는 20여 곳의 황복 전문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요즘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예약이나 줄을 서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임진강 황복의 개체 수는 30∼40년 전보다 현격히 줄었다. 이에 대해 어민들은 “황복 수가 줄어든 것은 임진강 오염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상류인 연천군 임진강에 군남댐이 조성된 여파 등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황복이 산란지인 임진강에 도달하기 전에 서해 어귀에서부터 싹쓸이식 조업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파주시가 지난 2017년 8월 10일 임진강에서 황복 치어를 방류하는 모습. 파주시

경기도 파주시가 지난 2017년 8월 10일 임진강에서 황복 치어를 방류하는 모습. 파주시

24년간 이어진 황복 치어 방류 효과  

어민들은 다행히 황복의 멸종 위기는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석진 전 파주어촌계장은 “요즘 잡히는 황복 가운데 90% 정도는 경기도와 파주시가 황복 알을 인공 부화한 후 임진강에 방류한 치어가 자라서 돌아온 개체여서 치어 방류사업의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방류했던 치어는 자연에서 부화한 것보다 몸 색깔이 다소 옅고, 크기가 조금 작아 표시가 난다”며 “하지만 요리했을 때는 자연에서 부화한 개체와 맛이 같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어족자원 확충을 위해 24년 전인 1997년부터 매년 황복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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